[불꺼진 명동] 명동 상권 100년의 역사

입력 2021-09-01 05:00수정 2021-09-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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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전경 (서울역사아카이브)
한국의 문화와 쇼핑 1번지로 명성을 누려온 명동의 역사는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 강점기 시절이던 1920년대 모던보이와 신여성들이 명동의 상징이었다면 6.25 전쟁 이후엔 전쟁의 상처를 씻어내기라도 하듯 화려한 부띠끄들이 명동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1970년대 이후엔 대형 백화점, 호텔, 금융기관 본사 등 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경제의 중심지이자, 문인들의 다방, 통기타 가수들의 라이브카페가 모인 문화·예술의 무대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명동은 종로와 더불어 서울의 근현대사를 대표해온 지역이었다.

1980년대까지 주름 잡던 명동 상권은 서울에 부도심이 개발되면서 금융사는 여의도로, 쇼핑시설은 압구정 등 강남으로 이전해가고, 1990년대 IMF 외환위기에 따른 경기불황으로 패션 업체들이 강남과 압구정 등 신흥 상권으로 매장을 대거 옮기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부활의 날개를 펼치게 됐다. 한류의 씨앗에 힘입어 일본 관광객을 유치하기 시작한 덕분에 1990년~2000년대까지 글로벌 브랜드와 국내 유명 브랜드들이 앞다퉈 플래그십스토어를 여는 핫플레이스로 각광받았다. 적어도 2010년쯤까지는 ‘명동(明洞)’이라는 지명에 걸맞는 명성을 유지해왔다.

2010년대 들어 명동은 중국인, 동남아 관광객까지 가세하면서 내국인 대신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또한번 탈바꿈했다. 대한민국에서 상업용 공시지가 상위 10위 중 8~9개가 몰려 있는 금싸라기 땅으로 월 매출 1억 원이 넘는 점포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명동의 기나긴 화려함 끝에 추락의 속도는 어느 지역보다 가팔랐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데다 코로나10 바이러스까지 덮친 명동은 외국인 내국인 할 것 없이 유동인구가 줄어들고 점포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유령도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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