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의 부동산 위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지 나흘이 지났다.
그동안 윤 의원은 온갖 여당 인사들의 파상공세에 맞서며 “저 자신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수사 의뢰하겠다”며 “저 자신을 벌거벗겨 조사받겠다”고 밝혔다. 자신은 결백하지만 사퇴를 통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과연 윤 의원의 사퇴가 실제로 국회에서 처리될지는 의문이다. 국회법상 현직 의원의 사퇴는 본회의 표결로 결정되는데, 당장 본회의 상정이 불투명할 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민주당 포함한 범여권 의석수는 180여 석으로 의원에 대한 투표를 가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사퇴 쇼에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고 주장하며 사퇴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데는 숨은 이유가 있다.
앞서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12명 의원에 대한 탈당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비례대표인 양이원영, 윤미향 의원 2명만 의원 총회를 거쳐 제명돼 출당됐고 나머지 10명은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양, 윤 의원 역시 의원직은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이 내린 의원들에 대한 조치는 두 달이 넘도록 흐지부지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 의원 사퇴안이 가결된다면 민주당은 또다시 ‘내로남불’ 논란과 함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10명의 민주당 의원들 역시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사퇴안 처리를 촉구하는 이유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는 “부동산 투기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다 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본회의를 열어 사퇴를 받아 주고, 자연인 입장에서 특수본의 수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물론 국민의힘 역시 '사퇴안'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이 제기된 12명의 의원 중 탈당 요구를 받은 6명의 의원 중 제명 조치가 취해진 한무경 의원을 제외한 5명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별다른 거취 표명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윤 의원 본인이 직접 사퇴를 결단한 점, 아버지의 투기 의혹은 사실상 시인한 점, 부동산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실효성 없는 조치 등을 비춰봤을 때 윤 의원의 사퇴안은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의 쇼’라는 선입견과 ‘정치권 면피성 관례’가 사라질 수 있다. ‘잘못한 정치인은 그에 응당한 책임을 반드시 진다’는 명제가 정치권에 자리 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윤 의원 관련의 의혹들이 무혐의로 판명 난다면 강도 높게 공격한 여당 의원들 역시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윤 의원의 사퇴안은 가장 가까운 본회의(30일)보단 9월에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윤 의원 사퇴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