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은행 대출에 저신용자 카드론 몰렸다

입력 2021-08-2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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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총량 줄이려다 ‘대출의 질’ 후퇴

20·60대 카드론 최대 19% 늘어
은행 대비 금리 3배, 부실화 우려
보험·저축銀 대출 가파른 증가세

대출의 ‘총량’을 잡기 위한 은행권의 대출이 깐깐해지자, 대출의 ‘질’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중채무자나 금융취약계층들이 은행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카드론 등 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계대출자가 증가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 등의 금융시장의 변화가 생길 시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며 카드사를 넘어 전 금융권을 덮칠 것으로 우려된다.

24일 이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7개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론 대출잔액은 33조1787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0% 급증했다. 2분기에도 카드론 증가율은 1분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올해 상반기 증가율이 10%선을 기록할 전망이다.

카드론 시장은 가계부채 연착륙 과정에서 은행권의 대출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자 필요자금 부족분을 채우려는 이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한 다중채무자, 저신용자들도 이용을 늘렸다. 금융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20대와 60대의 카드론 이용은 크게 늘고 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5개(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 카드사의 올해 1분기 카드론을 분석한 결과 20대와 60대의 대출잔액은 9000억 원, 4조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18.9%씩 증가했다. 전 연령의 평균 증가율이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큰 폭의 증가세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자체가 최근 긴급 자금을 이용하려는 일부 고신용자도 있지만 대개 다중채무자의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1분기 전업 카드사의 1개월 이상 연체 부실채권 규모는 약 1조2975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으나,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용 취약 대출자를 위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실 위험이 잠재돼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론의 금리가 올라갈 시 카드론 대출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카드론 평균 금리는 7월 기준 연 12.66~13.96% 수준으로 1금융권에 비해 금리가 3배 이상 높아 금리 민감도가 더욱 높다.

보험,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의 대출도 카드론과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제2금융권의 전년대비 가계대출 증가액은 21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오히려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올해 상반기 상승세로 반전하며 대출자들의 2금융권 유입이 빨라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각 업권별 협회를 통해 가계대출 관리를 강력하게 요청한 상황이다. 2금융권은 신용대출을 대출자의 연소득 수준으로 줄이라는 지침을 전달하고 금융사별로 자체적인 관리를 맡겼다.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를 정기적으로 확인한 뒤 필요하다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다. 금융위도 “지난 1년 반 동안 신용 팽창(대출 증가)이 빠르게 진행됐고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금융 안정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만큼 앞으로 민간신용(가계대출) 공급 조절이 불가피하다”며 “이 과정에 실수요자 및 일반 국민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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