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위헌논란] 곳곳에 위헌 소지…“징벌적 손해배상 조항 삭제해야”

입력 2021-08-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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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5일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를 예고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언론중재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곳곳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설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징벌적 손해배상, 과잉금지·명확성·평등원칙 모두 위배”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24일 “징벌적 손해배상 자체가 문제가 많은 제도”라며 “‘어느 정도 잘못했으면 어느 정도 부과한다’는 정도로 손해배상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되면 기준을 깨트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가 안 생기기보다 적당히 피해를 보고 3~4배 손해배상 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사례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잉금지 원칙, 명확성 원칙, 평등 원칙 등에 모두 위배된다는 시각도 있다. 언론중재법은 ‘허위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의 보도(허위·조작 보도)에 따른 손해에 대해 최고 5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어디까지를 허위·조작으로 볼지 기준이 불분명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이재진 한양대 교수는 “언론사가 법 위반 여부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추상적인 표현으로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언론 보도에 대해 구제받을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는 만큼 과잉금지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액의 배상액을 측정한 판례도 있고 형사적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있다"면서 "다양한 형태의 피해구제 방법이 있는데 굳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신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위헌으로밖에 볼 수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빼는 것이 맞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금 개정안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너무 많은 부분에 대해 미리 조심해야 한다”면서 "많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 공익보다 잃는 것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도 삭제해야 할 대상으로 꼽힌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고의·중과실 추정은 기자를 위축시켜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취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정정보도의 크기와 위치 등을 정하도록 한 규정이나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 도입 등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언론이 사실관계 확인을 신중하게 할 기회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특히 이번에 법을 개정하면서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직원 등은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게 한 것이 하나의 보완장치”라고 강조했다.

언론중재위·민사소송 등 현행 구제책 보장

악의적인 보도 등으로 피해를 당했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피해자는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조정·중재 신청을 할 권리가 있다.

언론중재위에 따르면 지난해 조정성립 등 피해구제 건수는 2451건으로 전년(2214건)보다 증가했다. 피해구제율은 다소 낮아졌으나 전체 청구 건수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해 7월 피해구제율은 78.9%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후보자 신분인 상황에서 자녀 유학 학비와 월세 송금자료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A 사에 대해 언론중재위는 직권으로 정정보도 게재와 300만 원 손해배상을 결정하기도 했다.

지자체 체육회장 후보자를 여러 차례 비판한 보도에 대해 언론사가 반론을 충분히 싣지 않았고 보도 근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손해배상이 결정된 사례도 있다.

합의가 되지 않아 언론중재위가 조정 결정을 했는데도 각자 이의를 제기하면 소송으로 이어진다. 기각 등 결정이 내려져도 마찬가지다.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통해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현행 법체계에서도 충분히 보상 및 배상받을 수 있다. 특히 언론중재법에서 별도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보도된 기사의 허위 여부를 법원에서 판단할 수 있다.

오히려 언론사를 상대로 한 정치인 등의 무리한 소송 제기가 논란이 되기도 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특정 방송인의 법무부 멘토단 위촉에 특혜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며 B 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나경원 전 의원도 ‘딸 부정입학’ 의혹 등을 보도한 C 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였지만 법원은 주요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맞고 공익성이 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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