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유동성이 만든 카오스 증시…“조정장 리스크 관리할 때”

입력 2021-08-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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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8월 환율 지수 등락 (자료-=삼성증권)
서울 강남에 있는 스타트업체에 근무하는 김 모(31) 씨는 지난 6월 KODEX레버리지(ETF)에 그동안 모아둔 5000만 원을 투자했다. 레버리지 펀드는 지수 인덱스가 상승할 때 상승분의 1.5~2배의 수익률을 얻는 펀드다. 가령 주가가 10% 하락할 때는 손실이 20%로 지수 하락분보다 훨씬 커지지만 10% 상승 시 수익률도 20%를 얻는 식이다. 김씨가 ‘레버리지’ ETF에 투자한 때는 코스피가 3210~3250선에서 움직이는 시기였다. 그는 “종목투자보다 리스크는 크지만, 예측이 맞는다면 수익률도 크다”며 “코스피는 아직 달리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휘청이는 가운데도 김 씨와 같은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를 사들이고 있다. 코스피가 앞으로는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개미들이다. 반면 기관투자자는 하락 때 수익을 내는 ‘곱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최근 혼란에 빠진 한국증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투자 행태다. 국내 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는 “경험이 마이너스인 한 주였다”라는 말을 했다. 그간 자본시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상식이 무의미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동향을 살피며, 리스크 관리를 주문한다.

반대매매 공포….“2020년 3월 악몽 떠올라”=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코덱스(KODEX)레버리지를 349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1조6702억 원), 삼성전자(9827억 원) 다음으로 많은 액수다. KODEX200도 703억 원어치 사들였다. 대신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와 KODEX인버스 ETF는 각각 3318억 원, 851억 원어치 처분했다. 최근 급락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신용대출(19일 신융거래융자 25조 원) 반대매매(19일 기준 421억원) 때문에 억지로 주식 보유 비중을 줄이고 있지만, 자금 여력이 있는 투자자들은 저점 매수를 노리고 지수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하락장에 베팅했다. 하락 때 수익률을 2배로 거둘 수 있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3628억 원어치 사들였다. 삼성전자, 카카오뱅크, 크래프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액수다. 이른바 ‘곱버스’로 불리는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 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 수익률을 반대로 2배 추종한다. 순매도 1위 종목은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인 KODEX 레버리지 ETF(3513억원)였다. 이어 KODEX200 ETF도 866억 원어치 팔아치웠다.

시장혼란은 코스피 변동성이 말해준다. 8월 하루 평균 코스피 변동 폭은 40.26포인트나 됐다. 지난 20일에는 73.06포인트에 달했다.

“미친 한 주(A crazy week)였다. 과잉유동성과 불확실성이 문제다. 단기 전망이 무의미 해 보인다” 여의도 증권가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란 얘기뿐 극도로 말을 아꼈다. 오죽하면 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는 얘기까지 있을까.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 조정은 펀더멘탈이 아닌, 심리 및 수급적 과민반응에 기초한 극한의 언더슈팅 성격이 짙다 본다. 시장 바닥은 연간 전망 하단인 코스피지수 3000선 부근에서 설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립 이상의 3분기 실적 환경, 10월 국경절 특수와 6중전회를 전후한 중국의 정책 선회 여지, 주요국 코로나 통제력 강화 등은 3분기 부침 과정 이후 4분기 시장의 코스피지수는 3300선 제자리 찾기 행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팔자’ 리스크 살펴야=“금융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 이주열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최근 반복해서 던진 메시지다. ‘금융불균형’이란 빚의 급격한 증가, 자산 가격의 과도한 상승,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이 동시에 일어나 금융이 불안해지고 실물경제로도 불길이 번질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 총재의 경고가 현실이 되는 것일까. 방아쇠는 외국인이 당긴 모양새다. 6조7000억 원에 달하는 외국인 ‘셀 코리아(Sell Korea)’는 주식시장뿐 아니라 외환시장의 불안도 가중하고 있다. 지난 20일 3060.51까지 추락한 코스피는 8월에만 4.43% 하락했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값은 1179.60원에 거래를 마쳤다. 8월 들어 29.30원 상승했다. 통상 외국인들은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환차손을 우려해 한국 주식을 매각한다. 그런데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치운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원화 약세가 더 가팔라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현금 확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경기 변동에서의 고점 통과 시점이 앞당겨진 만큼 8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생각되며, 늦어도 10월에는 인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완전하게 경제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난 2010년 당시와 유사한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교역조건의 상승속도가 둔화할수록 원화가치는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 상황은 교역조건의 상승모멘텀 둔화 초입의 단계로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원·달러환율은 추가적인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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