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곤 정치경제부 기자
지금까지 잔여백신을 맞기 위한 시도를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알림을 받고 들어가 보면 언제나 재고량은 ‘0’ 이었다. 온종일 잔여백신 알림만 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언젠가부터는 알림이 와도 신경 쓰지 않게 됐다.
20대와 40대는 이른바 ‘백신 취약 계층’으로 불렸다. 접종 인구가 가장 많지만 접종 순위는 가장 뒤였다.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과 민방위대원을 대상으로 한 얀센 백신 접종, 그리고 50대 접종에 이어 드디어 차례가 왔다.
실제로 백신을 맞는다고 생각하니 후유증이 걱정되기도 한다. 가벼운 몸살을 겪었다는 사람부터 응급실을 오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백신 접종자가 많아지다 보니 후기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아 크게 우려되지는 않는다. 매를 뒤에 맞는 자의 이득이랄까.
정작 걱정은 따로 있다. 과연 내가 백신을 맞을 수 있을까. 아직 한 달이 남은 기간 백신 공급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백신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쳤지만, 실상은 칼자루를 쥔 제약사에 휘둘리기 바쁘다.
실제로 이달 도입 예정인 물량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정부는 백신 물량에 맞춰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 간격을 늘렸고, 부작용으로 50대 이상만 접종하던 AZ 백신은 30~40대도 맞을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안전성도 우려된다.
해외여행을 가고, 마스크를 벗고, 여럿이 모여 밥을 먹고 술을 마시기 위해 백신을 맞고 싶은 것은 아니다. 순서대로, 순리대로 코로나19 상황이 풀리면 돌아올 일상은 조금 더 기다릴 수 있다. 다만 좀 더 안전하게 기다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백신 취약 계층’ 으로서 정부의 ‘호언장담’을 듣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