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위기 몰린 평화프로세스…문재인 대통령 선택은

입력 2021-08-11 14:45수정 2021-08-1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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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4~27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제1차 군 지휘관·정치간부 강습회를 지도했다고 30일 보도했다. (뉴시스)

통신선 복구로 훈풍을 타는 듯 하던 남북관계가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를 둘러싼 갈등으로 다시 휘청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화채널 복구를 동력으로 삼으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 구상도 중대한 기로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청와대는 북한의 잇단 도발성 발언에도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청와대는 매주 목요일 정례적으로 열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앞당겨 소집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북한의 강도높은 대남비난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점차 강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10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에 이어 11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담화를 통해 한미훈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10일 오후부터는 남북 정상 합의에 따라 7월27일 복구했던 남북 통신선도 2주만에 다시 불통이 됐다.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평화 징검다리'를 구상해왔던 문 대통령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문 대통령은 통신선을 시작으로 남북 화상회담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이번 추석 명절 기간에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추진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 단계로는 연말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 내년 초 남북정상회담 등의 로드맵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첫 단추인 통신선이 다시 꼬이면서 전체 그림이 헝클어진 상태다.

북한이 이렇듯 갑작스럽게 강경 태세로 돌아선 배경에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의 약속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 부부장은 전날 담화 끝부분에 "이 기회에 남조선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이 말한 '배신'이 단순히 한미연합훈련을 지칭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통신선 복원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북측에 모종의 제안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는 통신선 복원과정에 대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4월부터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청와대 안팎과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은 일단 한미훈련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북한에 통신선 재개를 다시 요청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북한이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북한이 물리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올해 3월 전반기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종료된 후 21일 서해상에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 같은 달 25일에는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바 있다.

김영철 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기회를 앞에 놓고도 남조선당국이 명백한 자기들의 선택을 온 세상에 알린 이상 우리도 이제는 그에 맞는 더 명백한 결심을 내려야 한다"며 "우리는 이미 천명한 대로 그들 스스로가 얼마나 위험한 선택을 하였는지, 잘못된 선택으로 하여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남북간 대화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다시 친서를 보내거나 대북특사를 통해 남북간 신뢰관계 회복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초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 정상간 만남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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