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장
그런데 피치는 이번 발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는데, 리스크 요인 중의 하나로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를 지목했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가 중기적으로 성장에 대한 압력을 주고 있고, 이에 따른 지출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증가는 재정운영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고령인구의 증가와 은퇴 이후 소비 감소로 경제 성장이 저하되고, 노인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국가가 지불하게 되면서 이러한 재원 마련을 위한 국가채무의 증가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고령화 문제는 코로나사태 이전부터 오래된 정책적 고민거리이자, 개인과 가정에도 무척 중요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청년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국가적 노력과 함께, 개인과 가정에서도 고령화를 대비한 은퇴자산 마련과 구체적인 현금흐름을 미리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과 더불어 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완성되는 ‘3층 연금’은 이제 고령화 시대의 필수 아이템이다.
실제로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액은 전년도 2분기 대비 37조 원 이상 증가하며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고, 특히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증가세가 높다고 한다. 양적인 성장세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최근 한국금융소비자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3층 연금’ 체계를 갖추지 못한 비율이 83.1%에 달하고, 하나의 연금만 가입했거나 아예 가입한 연금이 없다는 비율도 각각 39%, 11.6%에 달한다고 한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가입한 경우에도 주로 안정적인 예금으로 운영을 하다 보니, 수익률은 원리금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종잣돈’을 불릴 수 있는 시간과 복리의 효과는 놓치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분위기는 대체로 선진국들도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으며, 잠재성장률도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미국과 호주 같은 연금 선진국의 경우, 퇴직연금 적립금의 상당 부분을 투자 상품으로 운영하며 수익률을 적극적으로 관리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우와 차이를 보인다. 투자포트폴리오를 통해 리스크를 감안하며 장기 투자한 결과, 은퇴 이후에도 매월 받는 급여처럼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마련되어 있으니 소비를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노후생활이 가능하다. 그만큼 국가와 청년 세대의 사회적 비용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경제적 자립을 통해 조기 은퇴를 원하는 ‘파이어(FIRE :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처럼 일찌감치 은퇴자산 모으기에 관심을 갖는 MZ세대도, ‘먹고 사는데’ 바빠서 퇴직 준비에 소홀했던 중장년층도 노후자금 마련은 빠를수록 좋다. △내가 생각하는 적정한 노후자산은 얼마이며 △3층 연금이 준비되어 있는지 △목표 수익률은 어느 수준으로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 보자. 은퇴 이후 벼락거지가 되지 않고, 장수하는 것이 축복인 ‘연금 부자’로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문득 IMF한파 이후 불황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었던 한 광고가 떠오른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 꼭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