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인치 LCD TV 패널, 14개월 만에 가격 하락…내림세 1년 넘게 지속 전망
지난달과 이달 초 가격 상승세가 둔화했던 LCD(액정표시장치) TV 패널 가격이 이달 본격적인 하락 절차에 접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높아진 LCD 수익성으로 호실적을 낸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도 대응 전략을 내비치며 시장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소통에 나섰다.
30일 시장조사업체 위츠뷰(witsview)에 따르면 7월 하반월 LCD TV용 32인치 패널 평균거래가격은 상반월과 비교해 1.1% 하락했다. 전반월 대비 가격이 하락한 건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43인치 패널도 0.7%가량 가격이 내렸고, 55인치 패널도 보합세에 머물렀다.
LCD 패널 가격은 올해 1분기 연이어 5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 하다가, 5월부터 패널 가격의 상승 폭이 1% 전후대로 작아졌다. 그러다 이달 상반월에 보합세로 진입한 후 내림세로 접어들었다.
이런 내림세 기조는 최소 1년 넘게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LCD) 패널 가격 상승 사이클의 평균 기간은 9개월이었고, 이번 상승 사이클은 10개월째에 마무리됐다”라며 “하락 사이클의 평균 기간은 16개월이고, 가장 짧은 사이클조차 13개월이었다”라고 설명했다.
LCD 패널 가격 하락 신호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엔 ‘악몽’으로 남아있다. 수년간의 치킨게임(상대방을 압도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이어가는 행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손실을 봐야 했고, 그런데도 결국 중국에 주도권을 내줬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삼성·LG디스플레이의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선 ‘LCD 출구 전략’을 묻는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이 공통으로 이어졌다.
흥미로운 건 양사의 LCD TV 패널 가격 하락세에 따른 전략이 뚜렷하게 갈렸다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는 "LCD TV 패널 가격 하락이 곧바로 LCD 출구 전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에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의 전환을 가속하되, IT용 LCD 패널 사업에선 여전히 고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감의 이유는 IT용 LCD 가격 추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달 하반월 TV 패널 가격이 하락한 와중에도 모니터용(최대 1.9%), 노트북용(최대 3.0%) 등 IT용 LCD 패널 가격은 상승했다. 시장에서도 IT용 패널에 대해선 안정적 수요가 지속하며 하반기까지 차별화된 판가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의 2분기 제품 판매 비중에서 IT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39%로 가장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제품군에선 출구 전략을 논하기 이른 시점일 수 있다.
이미 TV 패널 생산량의 일부를 IT LCD로 이미 전환했고, LCD TV 패널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절반 수준의 '가벼운 덩치'라 전략적 결정을 내리기도 쉬운 상황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출구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간 기착지 없이 LCD에서 차세대 제품(QD-OLED)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부터 최근 실적 발표까지 QD-OLED를 4분기 양산할 것이라고 꾸준히 강조하는 이유다.
중소형 사업에선 이미 LCD 물량을 상당수 줄이고 OLED 사업 강화에 힘쓰고 있다. 중소형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수년간 80% 넘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왔을 정도로 강세인 분야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추격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는 점에서 이 부문에서도 선제 시설 투자 필요성이 제기된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인 유비리서치의 이충훈 대표는 "2018년까지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시장을 독점했지만, 내년엔 70%대 점유율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노트북과 태블릿 PC용 OLED 수요 증가에 대비한 8.5세대 투자나, 스마트폰용 리지드 OLED 수요 감소 전망에 따라 아산 A2 라인을 IT용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