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주도 도심 개발에도 사전 청약 도입…패닉바잉 잠재울까

입력 2021-07-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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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수요 늘려 매수세 약화 전략
사업 표류 시 입주 시기 장담 못해
물량 적으면 집값 안정 효과 미미

▲노형욱(가장 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부동산시장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공공 주도 도심 개발 사업에도 사전청약제를 도입한다. 주택 매수 수요를 청약 대기 수요로 전환해 집값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다만 사업이 표류하는 지역엔 사전청약이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전 청약 확대로 주택 매수세 잠재우려는 정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28일 부동산시장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사전청약을 통한 시장안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양에만 적용 중인 사전청약을 공공택지 민영주택, 3080 도심공급(2·4 대책을 통한 공공 주도 개발 주택) 물량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사전청약은 본 청약보다 1~2년 앞서 일부 물량을 분양하는 제도다. 착공 후 분양하는 본 청약과 달리 사전청약은 공사를 시작하거나 토지를 확보하기도 전에 입주자를 모집한다. 정부는 올해 LH 공공분양아파트 3만2000가구를 사전청약 방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 중 인천 계양지구 등 4333가구는 28일부터 사전청약 접수를 시작했다.

정부는 사전청약을 집값 안정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사전청약을 신청할 수 있어서 사전청약 수요가 늘어나면 그만큼 주택 매수세는 줄어든다. 사전청약 당첨자는 당첨 후에도 무주택 상태여야 분양받은 집에 입주할 수 있다. 2011년 폐지됐던 사전청약제를 지난해 정부가 부활시킨 배경이다. 노 장관은 “사전청약은 이번 정부에서 추진해온 공급대책의 효과가 가시화되는 출발점이며 청약 대기 수요 해소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날 사전청약 확대를 예고한 것도 이런 효과가 커지길 바라는 기대에서다. 국토부는 LH 공공분양주택 올해 사전청약 물량부터 애초 계획했던 3만 가구에서 3만2000가구로 늘렸다. 여기에 더해 공공택지 민간 아파트와 공공 주도 도심 개발 사업까지 사전청약 대상으로 새로 포함됐다.

서울 내 물량은 대부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공공 주도로 도심 역세권·준공업 지역·저층 주거지를 고밀 개발하는 사업),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공공재개발·재건축) 방식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지구 지정 요건(토지주 3분의 2 이상 동의)을 충족하는 등 사업 속도가 빠른 지역부터 사전청약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공공 주도 개발 사업지 중 지구 지정 요건을 충족한 곳은 증산4구역, 수색14구역 등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10곳이다.

구체적인 사전청약 추가 물량 및 일정은 8월 공개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상물량, 사업별·주체별 사전청약 조건, 민간 시행자와 토지주 등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방안을 종합한 사전청약 확대방안을 8월 중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주 시점ㆍ청약 물량 확보가 과제

문제는 사전청약과 본 청약, 입주 간 시차다. 사전청약 후 언제쯤 새집에 입주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주택 건설이 궤도에 오른 다음 진행되는 일반적인 청약과 달리 사전청약은 건설 일정과 무관하게 진행돼서다. 사전청약을 받은 후 사업이 표류하면 입주 일정이 한없이 밀린다. 2010년 사전청약을 받은 아파트 중 일부는 지난해에야 입주를 시작했다. 사전청약으로 이들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아파트를 사지도 못한 채 '청약 난민'으로 셋집살이를 해야 했다.

사전청약 물량도 관건이다. 사전청약 물량이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게 늘어나면 정부가 원하는 집값 안정 효과도 떨어진다.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52곳 중 21곳(약 3만 가구ㆍ40%)은 예비지구 지정 요건(토지주 10% 이상 동의)조차 못 채우고 있다. 이들 지역에선 사업이 속도를 못 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의미로 사전청약 확대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실제 입주가 이뤄지는 건 정부 발표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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