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경제학] 행동경제학으로 대응하는 코로나19

입력 2021-07-17 09:05수정 2021-07-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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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 규제에 사회 전반적 피로도 누적된 상황
'행동경제학'에 근거한 정책 마련에 주목해야 조언
주류경제학의 ‘합리적인 인간’을 부정하는 데서 시작
이를 역이용해 백신접종과 외출자제 유도할 수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사무실 자리들이 비어 있다. (필라델피아/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1년이 훌쩍 넘었다. 확산 초기의 공포와 패닉은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졌고, 최근 연휴 주요 관광지는 ‘집콕생활’에 피로도가 쌓인 시민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각국 방역 당국은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자국민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신 ‘행동경제학 연구’가 사람들의 ‘외출 욕구’를 억제해줄 비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즉 행동 경제학을 통해 사람의 심리를 역이용한다면 감염 확산 방지 대책이나 백신 접종 캠페인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은 주류경제학의 ‘합리적인 인간’을 부정하는 데서 시작하는데, 경제 주체들이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며 때론 감정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행동경제학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할 때부터 전염병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행동경제학의 초석을 다진 인물인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학교 명예교수는 원래는 인지심리학자다. 그는 1980년대 쓴 논문들이 경제학계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당시 주목받은 논문 주제 중 하나가 오늘날의 코로나19 재난을 연상시키는 이른바 ‘아시아 질병 문제’라는 이름으로 심리 조사였다. 해당 조사는 응답자에게 기상의 ‘아시아 질병’을 설정해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할 경우 어떤 것을 택할지를 묻는다. 카너먼 교수는 이 조사에서 질문이나 문제 제시 방법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이나 판단이 달라진다는 이른바 ‘프레이밍(Framing Effect)'을 규명해 인간의 합리성에 출발하는 경제이론을 뒤흔들었다.

닛케이는 이러한 행동 경제학에 근거해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의 심리를 이해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외출에 나서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제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프레이밍 효과‘ 이론을 활용해 이동 제한 효과를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할 때 “1개월 외출 자제로 수만 명이 살아났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최근 매일 같이 증가하는 일일 확진자와 사망자 수에 대한 뉴스는 오히려 코로나19에 대한 민감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오리건대학의 폴 슬로빅 교수는 “피해자가 적을 경우 사람들의 감정이 흔들리지만, 피해 인원이 계속 늘어나면 경계감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감염자 급증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경우는 사람들의 인상에 남을 수 있도록 병원 현실을 생생하게 밝히는 등 ‘가용성 휴리스틱’을 역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가용성 휴리스틱이란 머릿속에서 바로 떠오르는 정보, 즉 가용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어림짐작으로 사안을 판단하기도 하는 것을 말한다.

백신 접종 정책에서 ‘하딩 효과’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딩 효과는 주위 사람과 같은 행동을 취해 안정감을 얻으려는 심리를 말한다. 닛케이는 접종 인증샷을 위한 팔찌나 디지털 배지 등을 만들어 배포해 백신 접종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백신에 대해 불신하는 사람들 사이에 퍼진 ‘거짓 정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행동경제학 측면에서 볼 때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UCLA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짜 정보에 공개적으로 반박할 경우 이를 믿는 사람들의 ‘편향 확증’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발열과 근육통과 같은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부작용도 나오는 것”이라고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발열과 근육통은 일종의 백신의 항원에 면역 기능이 반응해 바이러스 침입에 대비하는 증거라고 설명함으로써 부작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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