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意가 망친 전세시장] 치솟는 전셋값, 중·저가 주택 매매값 자극

입력 2021-07-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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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2분위 집값 급등
도봉구 1년 만에 41% 올라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북구와 그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주택임대차3법(2+2년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이 낳은 또 다른 폐해는 중·저가 아파트값 상승이다. 전셋집 찾기에 지친 전세 난민들이 중·저가 아파트 매수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1·2분위(하위 20%·4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각각 27%, 26% 올랐다. 같은 기간 19% 값이 오른 4·5분위(상위 40%·20%) 아파트보다도 가격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

이런 경향은 지역별 아파트값 상승률을 봐도 드러난다. 지난 1년간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도봉구다. 1년 만에 아파트값이 41% 올랐다. 노원구와 도봉구 아파트값도 각각 40%, 30% 뛰면서 아파트값 상승률 2, 3위에 올랐다. 서울 동북부에 나란히 자리잡은 이들 지역은 '노도강'으로 불리며 서울의 대표적인 중·저가 아파트 주거지역으로 꼽혔다.

부동산 시장에선 노도강의 반란 이면엔 전세난이 있다고 본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동시에 급격히 오르면서 실수요자가 중·저가 아파트 매매시장으로 유입됐다"고 "이들 매수세가 집값 상승을 이끈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셋값 급등으로 매매가격과 차이가 좁혀지면서 중·저가 아파트 매수세엔 불이 붙었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성원 2차 전용면적 98㎡형은 올 4월 4억8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이달 신고된 매매가격(4억9000만 원)과 1000만 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중·저가 아파트 매매와 전세 모두 서민에게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시장에선 일시적으로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면 매매 호가가 올라 전세가율(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자칫 높아진 매매가격에 맞춰 전셋값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위험도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이런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여 연구원은 "올 하반기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더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와 매매가 서로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될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윈 선임연구위원도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면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가 성행한다. 정부가 대출 규제로 막아놓은 갭투자가 전셋값 상승에 무력화되는 것"이라며 "갭투자가 늘어나면 아파트 매매 가격 역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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