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세무행정 표방하는 '국세청'의 굴욕

입력 2009-01-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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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현직 청장 각종 비리로 하차 비일비재, 세무공무원들도 투명성 잡음

청장들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이 또 다시 불거지며 투명한 세무행정을 모토로 내세우는 국세청의 명예가 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 재정 수입의 85%를 차지하는 국세를 거둬들이는 세무당국인 국세청의 청장들은 지난 1966년 이후 현재 한상률 청장까지 17대 청장에 이르지만 그간 각종 비리 등에 연루돼 사법처리 되거나 불명예 퇴진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또한 세무 공무원들까지 각종 비리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국민들로 부터 조세저항 마저 유발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뇌물 수수 혐의로 수감중인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 이어 그의 재임시절 당시 국세청 차장이었던 한상률 현 국세청장이 시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그림인 '학동마을'을 뇌물로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청장은 이에 대해 지난 13일 해외 출장이후 귀국한 자리에서 당시 전 전 청장을 만난 적도 없고 그림을 본 적도 없다"며 "결국 근거 없는 사실로 밝혀질 것"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어 향후 조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밖에 한 청장은 지난해 말 경북 경주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친분이 있는 포항 지역 인사들과 골프를 치고 이후 대구에서 이 대통령의 동서인 신모씨도 만난 사실이 드러나 '인사 청탁' 의혹 문제까지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 청장 취임 당시에도 잡음이 없지 않았다. 국세청은 한 총장의 취임 전후 청장실 이동과 유리벽 교체에 따른 리모델링 등으로 국세청이 7억3500만원이나 들인 사실이 드러나 세무당국의 혈세낭비라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한 청장은 정부의 개각과 관련 그림 로비 등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유임하는 것이 확실시 됐지만 현재 청와대는 이러한 의혹들과 관련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자진사퇴 형식을 밟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청장 이전 국세청장이었던 전군표 전 청장은 2006년 7월 국세청장에 내정된 뒤 자신의 집에서 현금 7000만원과 미화 1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2007년 11월 구속 기소돼 상고심에서 징역 3년6월에 추징금 7947만3000원의 형이 확정돼 수감중이다.

전 전 청장의 전임인 이주성 전 청장도 다를 바 없다. 그는 프라임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청탁 금품수수 혐의로 2008년 11월 구속됐다.

2003년에는 손영래 전 청장이 썬앤문 감세 청탁 사건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고 1998년엔 임채주 전 청장이 국가공무원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세풍사건)로 구속됐다.

이러한 청장들의 비리와는 별도로 청렴도와 기강이 생명인 세무 공무원들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국세청에서 각종 이유로 징계를 받은 사례는 77건으로 2006년 72건, 2005년 89건에 달한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특히 2007년의 경우 77건의 징계 가운데 절반이 넘는 42건이 금품수수와 관련되었다는 것은 국세청이 여전히 뒷돈을 받고 세금을 봐준다는 세간의 이야기를 반증하고 있다"며 국세청을 향해 질타한 바 있다.

그는 "징계 받은 이들에 대해 직급별로 볼 때 5급 이상 간부들 보다 6급 이하의 하위직이 훨씬 많이 나타나고 있다" 며 "다른 측면에서 볼때 고위직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되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동시에 들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은 이러한 비리들로 인한 국민들의 싸늘한 시각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한해 세무행정 신뢰 제고에 역량을 집중해 한국생산성본부와 한국갤럽 등이 이달 발표한 '2008년 국세행정 종합 신뢰도'는 71.8점으로 전년에 비해 9.3점 오르는 성과를 얻은 바 있다.

하지만 또 다시 현직 청장의 각종 비리 의혹이 터지며 국세청의 신뢰 제고 노력은 또다시 뒷걸음 치는 상황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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