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 규제 2년…소재·부품 대일 의존도 '역대 최저'

입력 2021-06-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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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화 성공에 수입처 다양화…첨단 소재·장비 분야 투자 필요
대일 무역적자 확대 "불매 아닌 근본적 대책 추진해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맥주 코너에 전시된 일본 맥주. (연합뉴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가 2년이 지나면서 국산화와 수입처 다양화 등으로 오히려 소재와 부품 등에서 대일 의존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핵심 소재와 장비 분야는 여전히 일본의 영향력이 커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소재·부품 수출 규제 '실패'…국산화·수입처 다변화 효과

27일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의 소재·부품 누적 수입액 647억9500만 달러 가운데 일본 제품은 96억9600만 달러로 15.0%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1%보다 1.1%포인트 낮아진 수치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 중 하나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의 올해 1∼5월 일본 수입 비중은 85.2%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8.6%보다 3.4%포인트 낮아졌다.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공정에서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로, 삼성전자 등의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소재다. 일본의 수출 규제 전인 2019년 1∼5월의 대일본 수입 비중이 91.9%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6.7%포인트 줄었다. 국내 업계가 벨기에를 통해 우회 수입한 효과다.

불소 처리를 통해 열 안정성을 강화한 필름으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제작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일본 수입 비중은 올해 5월까지 93.6%로 지난해 같은 기간 93.9%에서 0.3%포인트 하락했다.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는 올해 1∼5월 일본 수입 비중이 13.0%로 1년 전(12.3%)보다 0.7%포인트 증가했지만 2년 전(43.9%)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 3대 품목의 수입액은 반도체 시장이 전체적으로 커지면서 늘어나고 있다"며 "수입 비중을 보면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조금씩 줄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수입 비중 감소는 국내 생산시설 확충과 수입처 다변화 영향이다.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솔브레인은 시설을 2배 확대했고, SK머티리얼즈는 고순도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포토레지스트는 유럽산으로 수입처를 다양화했고, 동진세미켐은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양산설비를 구축해 중국 수출에 나섰다.

다만 고부가가치 첨단소재 분야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아직 큰 데다 장비 분야는 해외 의존도가 80%에 달해 더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문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우리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없어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앞으로도 수입처 다변화와 국산화를 꾸준히 추진해 추후 일본과 협상할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매운동 주춤, 대일 무역적자 확대…"경제 체질 바꿔야"

소재와 부품에서 일본의 비중을 줄여가고 있지만 장비를 비롯해 일본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최근 수출이 확대되면서 일본과의 무역적자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은 일본과 무역에서 100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74억 달러보다 35%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대일본 무역적자 규모는 수출 규제와 불매운동 이전 수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일본은 한국의 무역 적자 1위 국가로 일본과 교역에서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연간 200억∼300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냈다. 수출 규제와 일본산 불매운동 여파로 2019년 16년 만에 최저치 192억 달러를 기록했다가 지난해에는 다시 209억 달러로 늘었다.

우리나라는 중간재를 수입, 가공해 수출하는 무역구조로 반도체 수출 등의 호조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전자 및 기계 부품 등 소재·부품 수입도 늘면서 무역 적자 폭도 커진 것이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우리도 소재·부품 공급선을 새로 뚫고 다변화했지만, 첨단 기술이 필요한 부품은 여전히 일본에 의존하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불매운동이 주춤하면서 소비재의 수입도 증가세다.

올해 1∼5월 일본으로부터 소비재 수입액은 13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7% 증가했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이 기간 일본 브랜드는 누적 7702대가 팔려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 늘었다. 5월 판매량만 보면 2035대로 1년 전보다 21.7% 급증했다. 일본 맥주 역시 올해 들어 5월까지 300만 달러가 수입돼 작년보다 21.2% 증가했다.

문 연구위원은 "일본산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면서 소비재 수입도 다시 원래대로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불매운동과 같은 이벤트성 대책보다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꿀 근본적인 대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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