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부채 폭증에 금융불안, 충격 대비책 급하다

입력 2021-06-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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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합친 민간신용이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훌쩍 넘기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가계와 기업 빚의 급격한 증가로 금융불균형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금리인상 등의 충격이 가해질 경우 금융시스템 위기와 경제성장률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공개한 ‘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말 민간부채는 모두 3167조2000억 원이다. 명목 GDP 대비 216.3%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9%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민간부채가 우리나라 경제규모의 2배를 웃돈 것으로, 통계작성을 시작한 197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부채가 1765조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5% 늘었다. 주택구입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과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수요가 몰리고, 저소득층의 생활자금 조달로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기업부채도 1402조2000억 원으로 14.1%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늘어난 자금수요와 정책당국의 금융지원 등으로 증가폭이 커졌다.

반면 상환능력은 악화하고 있다.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분기 말 171.5%로 1년 전에 비해 11.4%p 높아졌다. 2002년 4분기 이후 최고다. 기업사정도 나빠지고 있다. 금융안정보고서에서 2020년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한계기업이 분석 대상 2520개 가운데 39.7%인 1001개였다. 기업 5곳 중 2곳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주목되는 건 한은이 이번에 처음 산출한 ‘금융취약성지수’(FVI)다. 자산가격과 신용축적, 금융기관 복원력을 평가해 금융불균형 정도를 가늠케 한다. 1분기 58.9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41.9)보다 17.0p나 급등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60.0) 이후 가장 높다.

문제는 실물경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및 자산시장 과열에 따른 신용위험과 금융불균형이 지속할 경우, 주택가격 급락과 함께 내년 GDP가 -0.75%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내외적 충격을 상정한 최악의 시나리오인데, 그만큼 금융불균형과 민간부채 증가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이 선제적 금리인상 신호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시장에 강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배경으로 보인다.

한은은 금융과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다각적 정책대응에 집중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코로나19를 빌미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돈풀기에만 몰두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부채위기가 더 커지기 전에 민간신용 대응책 마련과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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