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식은 대구 청약시장…집값까지 끌어내리나

입력 2021-06-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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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청약경쟁률 한자릿수 '뚝'
'안심 파라곤' 등 미분양 사태
내년까지 분양 물량 7만 가구
5월 매매값 상승률 1% 못 미쳐
"집값 하락 이어질라" 시장 촉각

▲대구 수성구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연합뉴스 )

잘 나가던 대구 주택시장에 경고음이 켜졌다. 밀려드는 입주 물량과 분양 물량에 청약시장이 급격히 식고, 아파트값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집값 하락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대구지역 아파트 물량 공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조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0.98% 올랐다. 대구 아파트값의 월간 상승률이 1%에 미치지 못한 것은 지난해 10월(0.94%)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주간 상승률도 한풀 꺾였다. 대구 아파트값은 지난주(5월 31일 기준) 0.18% 오르며 작년 9월 둘째 주(0.18%) 이후 37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4월 마지막 주(26일 기준)만 해도 0.27% 올랐던 아파트값 상승폭이 눈에 띄게 둔화한 것이다. 이 기간 부산은 0.24%→0.31%, 광주는 0.12%→0.21%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대구의 주택 매수우위지수(KB부동산)도 지난주 49.3으로 작년 5월 첫 주(4일 기준·48.1)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구 집값 주춤세...침체한 청약시장 영향

대구 주택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건 청약시장 급랭과 무관하지 않다. 수년동안 분기별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보이던 대구는 올해 1분기와 2분기 평균 청약 경쟁률이 각각 8.6대 1, 8.38대 1에 그쳤다.

대구 청약시장에선 최근 미분양 사태가 줄줄이 이어졌다. 지난 4월 동구 율암동 안심뉴타운에서 분양한 '대구 안심 파라곤 프레스티지'는 전체 분양 가구수(759가구)의 90%를 넘는 696가구가 미달됐다. 해당 물량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선 접수 건수가 단 172건에 그쳐 또다시 미분양이 대거 나왔다. 대구의 지난 4월 기준 아파트 미분양 가구수는 897가구로 작년 10월(1143가구) 이후 최대치로 불어났다.

분양됐다 하면 '완판'(100% 분양 계약) 행진을 이어가던 대구 청약시장에서 급랭한 건 입주 폭탄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 3년(2018~2020년)간 대구에 쏟아진 입주 물량은 4만1402가구로 올해에도 1만7652가구가 쏟아진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지면서 청약시장이 급격히 식었고, 이는 다시 집값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선 내년(1만9604가구)에 2만 가구에 육박하는 입주 물량이 더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실제 대구 아파트값이 1년 동안 3% 넘게 떨어진 2016년, 이 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7361가구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대구에 3만2000가구를 웃도는 입주 폭탄까지 쏟아지면서 아파트값 낙폭은 -3.10%에 달했다.

또 주변 시세를 감안하지 않은 높은 분양가와 조정대상지역 지정(작년 12월)도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달부터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가 되면 양도소득세율이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가 추가된다. 세 부담이 투자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대구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대출·청약·전매 등 전방위적인 규제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분양 및 입주 물량이 당분간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주택시장 침체 및 지역·단지별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구의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은 3만 가구를 웃돈다. 내년에는 이 보다 더 많은 3만6618가구가 분양 예정 물량으로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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