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의 경제 이야기-약팽소선(若烹小鮮)] K팝부가 필요 없듯이

입력 2021-06-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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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석좌교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K팝은 자연스럽게 생겨나서 사랑받고 있는 거예요. 기획사가 열심히 해서 잘된 걸 마치 우리나라가 기획한 것처럼 자랑하는 걸 볼 때 약간 불편함이 있어요.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 음악이 고맙다’는 입장이 좋은 것 같아요.”

며칠 전 한 일간신문에 음악인 성시경 씨가 했다고 인용된 말이다. 이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별로 한 일도 없으면서 ‘K열풍’의 성과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을 에둘러 비판하는 것이 될 듯하다. 필자도 그런 풍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라 공감 가는 것이 많은 말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말의 함의를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예술을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개인 혹은 민간의 창의력,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어야 그 성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를 만드는 데 그쳐야지, 직접 무언가를 성취하겠다고 나설 때 오히려 실패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 바둑은 중국과 더불어 세계 최강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 그야말로 유일한 최강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 바둑이 강한 것은 바둑부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보자. 만약 방탄소년단(BTS) 같은 그룹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획하고 육성하면 어떻게 될까?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기는 하겠지만 현재와 같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그룹으로 성공하지 못했으리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K팝부’를 설치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는 것이다.

보통 국가의 권한이 중앙에 집중된 나라일수록 정부가 많은 일에 직접 나서서 성과를 얻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구 소련을 위시한 동구권 국가들, 북한 같은 경우가 그 대표적 예가 될 것인데, 국가의 직접적 개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이러한 나라들은 과거 이른바 ‘스테이트 아마추어리즘’이라 하여 체육계의 유망주를 국가가 직접 발굴, 육성했고 그 결과 올림픽에서 많은 메달을 딴 사실이 있다. 또 고전음악을 포함한 예술 분야에서도 정부의 직접적 개입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이미 잘 아는 바와 같다. 그리고 그 이유는 체제경쟁에서 패배하여 더 이상 국가가 그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데에도 있지만, 그보다는 개인의 능력, 창의력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시장과 정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많은 경우 효율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정부의 개입이 정당화되지만, 그 결과가 시장에 맡겨두었을 때보다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말하자면 ‘정부의 실패’이거나 그에 유사한 경우인데 이렇게 되면 사회 전체로서는 괜한 낭비만 한 꼴이 된다.

물론 ‘극단적인’ 자유방임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정부의 개입이 전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예를 들어 복지 분야와 같이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경우도 있고 다른 분야에도 그런 예가 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성공’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런저런 일을 해야 성과가 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부의 능력에 대한 과신이나 오해 때문에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믿음과 다르게 움직인다. 몇 달 전 이 칼럼에서 밝힌 바 있지만 ‘과도한’ 규제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그러한 규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행정비용을 포함하여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규제가 완화되어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면 그 성과는 훨씬 크다. 즉 비용은 비용대로 발생하면서 사회적인 성과는 낮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물론 모든 규제가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위에서 예로 든 예술분야와 같이 민간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민간에 맡기는 것이 좋다.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잘 해결할 수 있는 분야에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못하면서 사회적 비용만 크게 한다. 정부의 역할은 잘할 수 있는 데에만 국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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