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 사실상 '종식'…살처분 범위 '숙제'

입력 2021-06-0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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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3만 마리 살처분…보상금 4000억 원 추정
달걀값 여전히 고공행진…"과도한 살처분 영향"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세종시 산란계농장 밀집단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국내발생이 사실상 종식되면서 살처분에 따른 피해 복구와 방역 대책이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강력한 조치로 확산을 막았다는 입장이지만 농가에서는 과도한 살처분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고병원성 AI는 지난해 10월 21일 야생조류에서 처음 확인됐고, 이후 11월 26일 가금농장에서 발생했다.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것은 2017년 이후 2년 8개월 만이었다.

이후 올해 4월 6일까지 발생한 뒤 약 2개월 동안 발생하지 않았고, 주요 감염원인 철새가 우리나라를 떠나면서 사실상 종식됐다. 현재 AI 위기경보는 '관심' 단계로 하향 조정됐다.

이번 AI 발생으로 살처분한 가금은 모두 2993만4000마리다. 앞서 막대한 피해를 줬던 2016~2017년 AI 당시 살처분 마릿수 3787만 마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다.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40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2016~2017년 살처분 보상금과 생계·소득 안정자금 지원 등에 투입된 예산은 3621억 원이었다.

살처분 마릿수가 급증한 것은 2018년 개정된 정부의 AI 긴급행동지침(SOP) 때문이다. SOP 개정으로 500m에 불과했던 예방적 살처분 범위는 발생농장 반경 3㎞ 이내로 강화됐다.

강화된 방역조치로 AI 차단에서는 효과가 발생했다. 2016∼2017년 AI 발생 때와 비교해 야생조류 AI 발생 건수는 3.6배 늘었지만 발생농장(109곳)은 25%로 낮아졌다.

다만 방역 강화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했다. 산란계 살처분이 늘어나면서 달걀이 부족해졌고,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3일 기준 특란(중품) 30개 소매가격은 7508원으로 1년 전 5191원에서 약 45% 올랐다.

양계업계 관계자는 "많은 산란계가 살처분됐고, 병아리값도 크게 올라 재입식도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달걀값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도 방역 대책 개선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시적이지만 살처분 범위를 1㎞로 줄였고, 질병관리등급제를 도입해 방역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예방적 살처분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AI 특별방역대책기간 중 실시했던 행정명령 등 각종 방역조치 중 효과가 있었던 것들을 SOP 등에 반영해 제도화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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