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컨설팅 미래전략연구소장
메타버스란 ‘~의 위’ 또는 ‘~에 관한’을 뜻하는 ‘meta’와 우주(universe)의 ‘verse’의 합성어로, 공상과학소설(SF) 작가 닐 스티븐슨(Niel Stephensen)의 1992년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등장하는 몰입형 가상현실 게임 플랫폼이다. 스티븐슨이 그린 메타버스의 특성은 몰입형 가상현실, 아바타, 플랫폼으로 나눌 수 있다. 이 플랫폼에는 사용자가 디지털 콘텐츠, 게임, 원격회의, 온라인 비즈니스 등을 제공하고 소비할 수 있으므로, 비즈니스 모델인 플랫폼과 동일하다.
메타버스는 당시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어 다수의 게임이 개발되었다. 그런데 스티븐슨이 생각했던 메타버스를 구현하기에는 당시 기술이 부족했다. 그럴듯한 몰입형 가상현실 기기는 2016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등장했다. 2021년인 현재 스티븐슨이 그렸던 가상현실 기기의 스펙을 넘어서기는 했으나, 가상현실을 편하게 즐기기에는 해상도는 부족하고 착용시 어지럼증이 있으며 시야각은 협소하다. 이 때문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 상당한 투자를 했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조차 2019년 “가상현실 시장이 2020년대에 성숙하지는 못하겠지만, 2030년 이전에는 충분히 성숙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기반 기술이 충분히 성숙할 것을 기다릴 수 없었던 사람들은 메타버스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몰입형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메타버스라고 분류했다.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및 제페토가 그 사례다. 그렇다고 이들 플랫폼이 미래에 진정한 메타버스로 성숙할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을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라고 부르기에는 진정한 메타버스가 가지는 함의가 너무 크다.
흑묘백묘론(黑猫白描論)이라고 비즈니스가 되고 투자할 가지가 있다면 진정한 메타버스와 유사 메타버스를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몰입형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통속의 뇌(brain in a vat)’의 현실 버전이다. 통속의 뇌란 ‘우리의 뇌를 두개골에서 꺼내 통 속에 넣고 다양한 센서로 연결한다면 우리가 통 속에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까’라는 사고실험을 일컫는다. 우리는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서 정체성을 형성하고 타인과 관계를 가지게 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는 교육, 업무수행, 정치, 경제활동 및 사회공동체 간의 교류에 있어서 근본적인 전환을 야기한다. 메타버스의 가상현실 혹은 증강현실 속에서 실감형 교육을 받으며, 집에서 프랑스의 파리 몽마르트 거리를 걷다가, 멕시코시티로 뛰어넘어 가상현실의 상가에서 판초우의의 질감을 느끼며 쇼핑을 할 수 있다. 메타버스의 아고라에서 정치인의 세세한 표정을 눈앞에서 보며 그의 주장을 듣고 토론을 하게 될 것이다. 몰입형 콘텐츠는 개인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 것이며, 게임과 영화와 열린 소설이 결합된 새로운 유형의 장르가 나타나고, 3차원의 제품 설계를 메타버스 안에서 수행할 것이다. 메타버스 안에서는 나이, 외모, 성, 인종을 넘나드는 다중 정체성이 새로운 문화로 정착할 것이다. 이러한 전환이 진정한 메타버스와 그렇지 않은 메타버스를 구분해야 할 이유다.
그렇다고 유사 메타버스에 대한 현재의 인기를 거품으로 판단하자는 것이 아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메타버스 생태계도 생각보다 잰걸음으로 성숙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사 메타버스가 진정한 메타버스로 성장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메타버스 생태계에 대해 트렌드 레이더를 그리고,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선행적으로 고민하고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메타버스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이들 기기 개발사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주도할 가능성이 낮지 않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의 메타버스 생태계를 건강하게 마련할 수 있는 마중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공동체와 개인은 현실로 내려온 통 속의 뇌의 세계에서 다중 정체성이 가져올 가능성과 폐해를 미리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메타버스가 가져올 변화를 새로운 일자리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