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주택 비율 72%…“슬럼화만 키웠다”
서울시가 ‘재개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재개발이 무산됐거나 장기간 지지부진하던 지역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도시재생사업 1호로 추진됐던 서울 종로구 창신동은 단연 주목받는 지역이다.
27일 기자가 찾은 창신동 일대는 빛바랜 벽화만 제외하면 동네 풍경이 30~40년 전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골목에는 악취가 끊이지 않았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노후 주택들이 즐비했다.
창신동은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됐으나 2013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뉴타운 출구 전략으로 직권해제돼 재개발이 무산된 곳이다. 동시에 도시재생사업이 현재까지 진행 중인 곳이기도 하다. 7년간 15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정작 주민 숙원 사업인 ‘도로 확장’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민 대부분 서울 종로구 창신동은 부분적인 수리가 아닌 전면적인 개발이 필요한 동네라며 전면적인 개발을 원하고 있지만, 공공재개발 제외 요건에 가로막혀 추진이 쉽지 않다. 정부가 도시재생 지역은 공공재개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강대선 창신동 재개발추진위원장은 “낡은 집이 많아 지난해부터 6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소방차 등 구난 차량이 진입을 못 해 대참사가 우려된다”면서 “창신동의 노후 주택 비율은 72%로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재개발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공공재개발이야말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궁극적인 방안이라고 결론 내렸다. 한 주민은 “서울시가 자화자찬하던 벽화 그리기 등 도시재생사업은 바라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26일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와 서울시 주도의 공공기획 도입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6대 재개발 규제 완화방안’을 발표했다. 박 전 시장이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도입한 벽화그리기 이후 방치된 노후 주택에 재개발 사업을 재추진할 동력을 공급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관심은 단연 주거정비지수제 폐지가 가져올 영향이다.
2015년 도입한 이 제도는 건물 노후도·주민 동의율 등의 항목을 점수화해 일정 점수(70점)를 넘어야 재개발 사업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법적 요건(구역면적 1만㎡ 이상, 노후 건물 개수 3분의 2 이상 등)만 충족하면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거정비지수제 폐지로 서울의 정비사업에 적용되던 가장 큰 난관이 해결됐다”면서 “서울시 주도의 공공기획 도입으로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사업기간 단축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신동을 비롯한 도시재생지역은 이번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의 혜택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관리형 주거환경사업 등 대체 사업이 추진 중이거나 역사 문화 보존을 위한 관리가 필요한 지역은 공공재개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박 전 시장 시절 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된 12개 지역의 대표들은 오 시장에게 지정 해제를 요구한 상태다.
강 위원장은 “지역 전체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공공재개발이 시급하다”면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재개발구역 지정을 위한 법적 요건을 완화를 서둘러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