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판다”…‘A급’ 회사채 시장 달아오른다

입력 2021-05-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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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기관 수요와 금리 낮을 때 실탄 확보하려는 움직임

#. 지난 24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 1780억 원의 기관자금이 몰렸다. 700억 원 규모의 자금조달 계획보다 4배나 많은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이 회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다.

#. 지난달 한화건설은 총 800억 원 규모로 진행한 제109회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신용등급 A-)에서 모집금액의 6.8배인 총 544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를 통해 한화건설은 계획보다 많은 1200억 원을 조달했다.

‘A’등급 기업 회사채 투자 열기가 뜨겁다. 기업의 사전청약마다 잇달아 수조 원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사명 변경 이후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 현대코퍼레이션(옛 현대종합상사)이 그중 한 곳이다. 지난 4월 수요예측 때도 경쟁은 치열했다. 1660억 원의 매수 주문이 몰리며 5배가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쏟아지는 러브콜에 현대코퍼레이션은 수요예측(300억 원) 때보다 200억 원 늘린 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지난달 27일 발행했다. 우량 회사채로 꼽히는 SK건설 역시 1500억 원 목표로 진행한 사전청약에서 1조2100억 원의 매수 주문이 쏠렸다. 청약 경쟁률로 따지면 8대 1이다.

26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올해 공모채 발행에 나선 51개의 ‘A’등급 발행사는 모두 발행계획보다 많은 기관자금이 몰렸다. 평균 수요예측초과율은 675%에 달했다. A등급 발행 트랜치의 약 86%가 민평금리 대비 언더발행됐고, 미매각은 아직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금시장이 침체되면서 발행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줄어들고 미매각이 속출했던 때와는 전혀 달라진 분위기다.

현재 A등급 회사채 잔액은 33조 원, 잔존 회사채 발행사 수는 112개이다. A급 회사채는 2012년 9월 웅진그룹의 법정관리 신청을 시작으로 STX그룹, 동양그룹, 동부제철 등 신용리스크가 터지면서 2017년 25조 원까지 줄었지만 최근 발행사(공급)와 투자자(수요)의 ‘입맛’에 맞어떨어지면서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A등급 기업들은 금리가 낮을 때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의 초저금리 기조 속에 시장 금리는 1년 가까이 1% 후반대에서 2% 초반 사이에 머물고 있다. 기업이 서둘러 발행한 회사채는 신규 운용자금을 손에 쥔 기관투자들이 사들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기명 연구원은 “건설·증권 등 실적이 좋아진 ‘A’등급 기업의 등급과 전망이 잇따라 상향조정되고 있다”면서 “저금리가 지속하면서 고수익 채권에 목말라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캐리 수요가 유입되고 발행 어음 인가 획득 증권사가 늘어나는 등 수급 환경도 양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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