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플레 확산에 금리 불안, 위험 커지는 부채 충격

입력 2021-05-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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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5개월 연속 좋아졌다. 1분기 경제성장률(1.6%)이 수출 호조로 예상보다 높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집값과 금리,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늘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4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5.2로 지난달보다 3포인트(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CCSI는 현재 생활형편과 경기 판단 및 전망, 가계수입·소비지출 전망을 종합해 산출한다. 100 이상이면 장기평균(2003∼2019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CCSI는 1월에 95.4로 전달보다 4.2p 오른 데 이어 2월(97.4), 3월(100.5), 4월(102.2)로 개선됐다.

물가와 금리, 집값 전망도 함께 뛰었다. 금리전망지수가 4월보다 6p 오른 118로 2019년 2월(120) 이후 가장 높았다.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내다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2%로 0.1%p 상승했다. 2∼4월 동안 떨어졌던 주택가격전망(124)도 2p 올라 다시 반등했다.

인플레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한다. 통계청 조사에서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107.39)는 작년보다 2.3%나 올라 4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플레 위험은 글로벌 차원에서 증폭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돈이 너무 많이 풀렸고, 최근 원자잿값이 뛰면서 물가를 끌어올린다. 미국은 4월 소비자물가가 4.2%나 올라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통한 긴축이 조만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 기준금리 인상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에도 심대한 충격 요인이다. 그럼에도 금리 등 통화정책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한은이 이날 함께 내놓은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서 3월말 가계부채 잔액이 1765조 원으로 1년 전보다 153조6000억 원(9.5%)이나 불었다. 코로나19로 벼랑에 몰린 저소득 가계의 생활자금 조달, 부동산 매입 및 전세자금 대출, 주식 투자 등으로 부채 규모가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

멀지 않아 미국발(發) 금리인상이 촉발되면 한국의 동조화(同調化)도 불가피해지고, 부채를 늘린 가계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빚으로 연명하는 취약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금리인상 국면이 시작되면 걷잡기 어려운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 막대한 가계·기업부채와, 그동안 막무가내식 돈퍼붓기로 크게 악화한 재정건정성은 우리 경제의 충격 흡수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인플레와 금리인상은 이미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정부는 보다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재정·통화 정책의 선제적 대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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