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측 ‘개인정보 제공’ 안내 메시지에 보이스피싱 의심 해프닝
변사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보험사 25곳에서 30~40대 여성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 맘카페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13일부터 맘카페에서는 “인천 계양경찰서에서 ‘고객님의 보험 거래 정보를 넘겨 받았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30~40대 주부들의 게시글이 100여 건 이상 이어졌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이 모(37) 씨도 이런 메시지를 받은 한 명이다. 그는 “인천 계양경찰서에서 정보를 넘겨 받은 담당 경찰관 이름과 연락처까지 담겨 있었다. 계양경찰서와 아무 상관이 없어 순간 보이스 피싱을 의심했다”고 했다.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받은 다른 사람들도 반응은 비슷했다. 이들은 “경찰서에 전화했더니 통화 중이라고 연결이 안 된다”, “대규모 보이스 피싱 범죄 아니냐” 등 의심을 하는 댓글이 주를 이었다.
같은 시각, 인천 계양경찰서 형사과에는 전국에서 밀려드는 전화로 난리가 났다. 주로 “보이스 피싱 아니냐”, “진짜 경찰서 맞나”, “대체 왜 제 보험 정보를 가져간 거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결국 계양경찰서는 13일 ‘최근 귀하의 금융 정보를 제공했다는 문자가 발송돼 이에 대한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보험사에서 발송한 문자는 보이스 피싱과 관련이 없으며 현재 문의 전화가 폭주해 통화 연결이 원활하지 못한 점 널리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같은 해프닝은 지난해 5월 발생한 ‘아라뱃길 변사체’ 사건을 1년째 수사 중인 경찰이 실제 보험사에서 정보를 건네받으면서 발생했다.
아라뱃길 변사체 사건은 지난해 5~7월 아라뱃길과 인근 계양산에서 토막 살해돼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을 토대로 피해자가 30~40대 여성으로 키 160~167㎝, 혈액형 B형, 어금니를 금으로 때운 흔적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신원을 추적하고 있다.
계양경찰서 관계자는 “실종자, 미귀가자 등 40만 명 이상을 조사하고, 수도권에 있는 치과·기공소까지 수사했지만 피해자 신원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요청한 것도 그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료가 미납돼 계약 효력이 정지된 여성 가입자 명단을 보험사 총 25곳에 요청했다. 그중에 피해자가 있을 거라는 추정에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행법상 고객 개인정보를 타 기관에 제공하면 이를 통지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계양경찰서 관계자는 “1년째 신원 확인이 안 된다고 해서 수사를 포기할 순 없는 만큼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