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는 미술 tip] 안규철 "뒷모습에 소홀했다"

입력 2021-05-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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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철 부산 첫 개인전 '사물의 뒷모습'…"진실은 이면에"

▲13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만난 안규철 작가. (부산=김소희 기자 ksh@)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보입니다."

안규철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잊고 있던 사물과 인간의 본질을 사유하게 한다. 세계의 부조리와 모순을 대면할 수 있도록 이끄는데, 그 방식이 다소 우회적이다.

13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린 부산 첫 개인전 '사물의 뒷모습'에서 만난 안 작가는 "시각적으로 만족스럽고 매혹적인 작품을 원하는 관객에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감각적인 것만 추구하면 예술의 근본가치는 놓칠 것"이라고 했다.

▲'사소한 사건'(1999/2021). (부산=김소희 기자 ksh@)

금색의 손수건 하나가 구겨진 채로 놓여있는데, 이 순간을 안 작가가 포착해 확대한 게 '사소한 사건'(1999/2021)이다. 구두 세 켤레를 이어 붙인 '2/3 사회'(1991/2021)는 모든 것이 상호관계 속에 묶여있는 사회를 은유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구두 세 켤레를 단순히 붙이지 않고, '원형'을 그리며 서로 맞물리도록 변형했다.

'단결해야 자유를 얻는다'는 의미를 달고 붙어있는 세 벌의 외투 '단결 권력 자유'(1992)는 이번에 아홉 벌로 확장됐다. 형성된 둥근 고리는 자아와 타인, 우리와 그들,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 그리고 타자의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변화한다.

▲'2/3 사회'(1991/2021). (부산=김소희 기자 ksh@)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회화 '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도 다시 만날 수 있다. 당시 작가는 200개의 캔버스에 그린 바다 그림을 광주 시내 곳곳에 배치한 후 전시 기간 내내 '그림을 찾습니다'라는 공고를 냈다.

이때 작가에게 다시 돌아온 그림은 20여 점 남짓이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엔 작품 대부분이 실종된 상태로 전시됐다. 이번 전시에선 당시 관객이 볼 수 없었던 200개 캔버스의 원래 작품이 재제작됐다.

안 작가는 해당 작품을 모티브로 2019년 12월 광화문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관객 참여형 전시를 연 바 있다. 당시 작가는 가로 5.46m 세로 2.16m 크기로 바다 사진을 대형 출력했고, 545등분으로 나눠 관객이 채워 넣을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작품은 현재 안 작가의 작업실에 있다.

▲'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 II'(2012/2021). (부산=김소희 기자 ksh@)

아울러 69개의 역대 대통령 선거 벽보를 선거구호와 형상이 제거된 모노크롬 회화로 변형한 '약속의 색'(2020)도 국제갤러리에서 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안 작가의 지난 30여 년 작업의 변화를 조망한다. 안 작가는 오랜 교직 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그러면서 1992년 첫 전시에서 발표한 자신의 오브제 작업과 그 가치가 지금도 유효한지 관객에게 묻는다.

2014년부터 월간 순수 문예지 '현대문학'에 연재한 글과 그림 69편을 엮은 동명의 책 '사물의 뒷모습'도 올해 3월 출간됐다. 그의 작업세계에서 '글쓰기'는 중요한 축을 이룬다. 책을 보면, 그의 작업세계를 입체적이고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는 30분짜리 예술가인지도 모릅니다. 하루에 온전히 예술을 위해 쏟는 시간을 생각하면 그래요. 또 개념미술가라는 타이틀 때문에 피도 눈물도 없다고 생각하실 텐데, 농담과 유머도 좋아합니다." (웃음)

7월 4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

▲안 작가의 유학시절 고민이 담긴 '무명작가를 위한 다섯개의 질문 II'(1991/1996/2021). (부산=김소희 기자 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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