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3년치 수주잔량 불구 원가절감 등 비상경영 강조
최근 조선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가운데에도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 ‘빅3’는 3~4년치의 수주잔량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의 태풍에서 한 발 비껴 선 모습이다.
하지만 조선업황과 관련산업인 해운시황의 악화 등 경제여건의 변화는 ‘빅3’들에게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비상경영에 준하는 경영계획을 수립하게 만들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위 조선업체들도 원가절감 및 투자유보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최길선 사장이 신년사를 통해 “투자를 통해 그 효과가 나타나고 현금화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자를 유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도 “현재 ‘자원절약 3030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임직원 모두 업무를 통해 원가절감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한 ‘저비용 고효율’ 선박 건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투입비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신년사에 담았다.
이처럼 국내 굴지의 조선업계 CEO들이 비상경영에 준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한 까닭은 현재의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는 시기가 예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해상물동량 감소와 선박 발주량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는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하기도 했다.
또한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대폭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용 후판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큰 기대를 걸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수 년치의 수주잔량이 있다는 점만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최근 회사 내부의 분위기”라며 “최근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향후 세계 조선 1위 국가의 지위를 공고화할 수 있느냐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박수주를 강화하거나 해운시황의 영향을 덜 받는 해양플랜트 사업 등에 더욱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체 중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한 삼성중공업은 ▲드릴십(사진) ▲LNG-FPSO(부유식 천연가스 생산ㆍ저장장치) ▲극지운항용 선박 등의 개발을 중점사항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도 신규 사업 또는 제품시장을 면밀히 관찰해 사업기회를 선점하고, 선사들과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조업량 확보에 만전을 기한다는 전략이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드릴십과 FPSO 등 고부가가치 사업인 해양플랜트 사업 강화와 극지용 선박 등 신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송상훈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이 현재 평균 3.5년 가량이지만 올해 연말에는 2.5~3년으로 줄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발주취소 등이 이어지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향후 조선업계는 누가 양질의 수주잔량을 가장 잘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