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ㆍ기아, 그린뉴딜ㆍ바이 아메리칸 대응 위해 전기차 현지 생산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에 나선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뉴딜'과 '바이 아메리칸(미국제품 구매)'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미국에 약 8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현지 생산과 생산 설비 확충, 수소,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총 74억 달러(약 8조1417억 원)를 투자한다고 14일 밝혔다.
현대차는 내년 중 전기차 현지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등이 후보가 될 전망이다. 기아 역시 전기차 현지 생산을 추진한다.
현대차는 올해 가을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아이오닉 5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에 발맞춰 전기차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 등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 일주일 일정으로 로스앤젤레스(LA)를 방문해 현대차 미국판매법인과 앨라배마 생산공장을 둘러봤다.
당시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에 주목하며 미국 내 투자 확대 가능성을 예상한 바 있다.
올해 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바이 아메리칸'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정부 기관이 외국산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백악관 예산관리국의 허가를 받도록 해 연간 6000억 달러(약 661조 원)에 달하는 정부 조달을 자국 기업에 집중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함께 정부 기관이 보유한 공용차량 44만대도 모두 미국산 전기차로 교체하기로 했다.
향후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현지 생산 여부가 관건인 만큼 정 회장이 직접 나서 전기차 현지 생산과 공장 증설 여부 등을 검토했고, 이를 토대로 투자 규모와 범위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미국 생산을 위한 투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확고한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라며 "미국 전기차 신규 수요 창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의 이관은 없으며 국내 공장은 전기차 핵심 기지로서 역할을 지속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해 미 연방 에너지부(DOE), 기업과도 협력을 지속한다.
미국 수소 충전 전문기업과 수소 전기 트럭 기반의 충전 인프라에 대한 실증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항만과 내륙 물류기지 간 수소 전기 트럭을 활용한 물류 시범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UAM, 로보틱스, 자율주행에도 선제 투자와 사업 추진을 통해 미래 혁신 성장 분야의 경쟁력을 확고히 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르면 상반기 미국 워싱턴DC에 UAM 사업을 전담할 현지 법인을 세운다. 현대차그룹과 미국 자율주행 기술업체 앱티브의 합작사인 모셔널은 2023년 미국에서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를 선보인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를 결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