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선호 씨 父 “산업재해는 재수 없다고 치부하는 게 우리 현실” 비판

입력 2021-05-13 21:45수정 2021-05-1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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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진 20대 청년 노동자 고(故) 이선호 씨의 부친 이재훈 씨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청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아들의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을 바라보던 중 의자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살려고 직장에 가는 것이지 죽으려고 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지난달 22일 평택항에서 작업 도중 300kg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이선호 씨의 아버지 이재훈 씨는 13일 서울 중구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추모 문화제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일하러 갔다가 일 마치고 집에 가는 사람들은 재수가 좋은 사람들”이라며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은 사람들은 재수가 없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오늘날 산업 현장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씨는 이어 “이 일을 하다 다치거나 죽을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하고 일터로 내몰리는 젊은이가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라며 “이 친구들은 학비에 보태고 용돈 벌이를 하려고, 돈 몇만 원 벌러 간 곳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한다”고 했다.

이씨는 기업과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힘들다고 봤다. 그는 “(기업은) 대체 왜 이런 식인가”라며 “10만 원 아껴서 얼마나 더 부자가 되려고 그러시나”라고 말했다. 정부에는 “이윤만 밝히는 기업가보다 안일에 빠진 공무원이 더 나쁜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수많은 유족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강하게 촉구했으나 기업과 정부의 반발로 사람을 살릴 수 없는 형편없는 법이 됐다”고 성토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역시 “항만 등 위험한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매년 다치고 죽어가는데 국회든 정부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땐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현장에 있어야 하지만 고(故) 이선호 씨가 작업하던 현장에는 이들이 자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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