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웨어 공격에 멈춰선 美 최대 파이프라인...인플레 부채질 우려

입력 2021-05-09 15:56수정 2021-05-0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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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섬웨어 공격에 가동 전면 중단
미 동부 해안 가솔린ㆍ디젤 연료 45% 담당
정제마진 2% 상승하며 불안감 커져

▲미국 메릴랜드주 우드바인에 위치한 콜로니얼파이프라인 연료 탱크. 우드바인/EPA연합뉴스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 콜로니얼파이프라인(콜로니얼) 시스템 가동이 랜섬웨어 공격으로 중단됐다. 미국 전역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대동맥’이 막힌 만큼 가동 중단이 길어질 경우 안 그래도 들썩이는 물가가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콜로니얼은 전날 신원 미상의 사이버 공격을 받고 일시 폐쇄됐다. 회사 측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이 랜섬웨어와 관련된다”며 “석유 연료를 휴스턴에서 뉴욕 항구로 운반하는 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파이프라인 운영을 일시 중단하고 일부 IT 시스템에 영향을 끼친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특정 시스템은 오프라인으로 전환했다”고 덧붙였다. 랜섬웨어는 컴퓨터 시스템에 침투해 중요 파일 접근을 차단한 뒤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콜로니얼은 멕시코만에서 미 북동부까지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5500km 규모의 송유관을 운영하는데, 동부 해안에서 소비되는 휘발유와 경유 연료의 약 45%를 담당하고 있다. 하루 처리 규모만 1억 갤런(약 3억7000만 리터)에 달한다.

최근 들어 전력 공급망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늘고 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 연설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주엔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랜섬웨어 공격을 “최우선 해결 과제 중 하나”라고 밝혔고, 법무부는 자체 랜섬웨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대응에 나섰다.

특히 미국에선 2018년 여러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통신 시스템이 랜섬웨어 공격에 무너졌던 경험이 있어 원자재 시장은 또다시 가격 폭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발(發) 공급 대란으로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악재가 겹친 셈이다. 구릿값은 톤당 1만417달러까지 올라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펄프 가격도 지난해 9월 메트릭톤당 606달러에서 4월 907달러로 상승했다. 이에 화장지값은 52주간 15.6% 올랐다.

콜로니얼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면 석유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당장 10일부터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위 3:2:1 크랙 스프레드라 부르는 휘발유·경유 정제 마진 가격은 7일 가동 중단 소식 후 2%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휘발유과 경유 선물가격은 각각 0.6%, 1.1% 올랐다.

전문가들은 콜로니얼 문제가 당장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사이버 보안업체 사이널리티카의 니요 피어슨 석유·가스 고문은 “모든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라인을 가동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재가동을 위해선 파이프라인 길이에 맞춰 여러 위치에 직원들을 파견해야 하는데 작업에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72시간 또는 일주일 내로 시스템을 복구하지 못하면 상황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는 “미국 경기 회복을 위한 중요한 시점에 가동 중단이 발생했다”며 “지속적인 혼란으로 가격 상승을 압박하면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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