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영남 수요에 나경원ㆍ김웅 부상
김웅, 유승민 가까워 영남의 선택 받기 어려울 듯
거대정당이 되면 계파가 생기게 마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따르는 ‘친문’이 주류이고, 국민의힘은 가장 많은 지역구와 당원을 확보하고 있는 영남 출신들이 잡고 있다. 문제는 특정 세력이 좌우하는 정당은 기득권 비판을 받아 선거에서 악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원내대표에 친문 윤호중 의원이 선출되자 당 대표로는 친문색이 옅은 송영길 의원을 당선시키고, 최고위원들도 친문과 비문이 고루 섞였다. 내년 대선을 위해 ‘친문당’ 프레임을 피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영남당’ 프레임을 뒤집어쓸지 기로에 서 있다. 원내대표에 울산 출신 김기현 의원이 선출된 가운데 내달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예정돼있어서다. 주호영 의원이 당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돼왔지만, 대구 지역구인 탓에 당 대표-원내대표 모두 영남이 되면 영남당 비아냥을 살 수 있다는 우려에 부딪힌 상태다.
이런 주 의원이 맞이한 악재에 반사이익을 얻은 이는 나경원 전 의원이다. 최종적으로는 탈락하긴 했지만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후보 경선 기간 내내 대세론을 이룰 만큼 당내 인기가 상당한 데다 의원을 지냈던 지역구가 서울 동작이라 ‘비(非)영남 수요’도 충족하기 때문이다.
다만 나 전 의원은 외연 확장을 위한 당의 얼굴로는 적합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우경화될 적에 원내대표를 지냈고,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국회법상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가 물리적으로 충돌할 때 ‘빠루(쇠지렛대)’를 들고 선 모습을 보이는 등 강경한 이미지가 잡혀 있어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강경한 모습을 보이며 ‘밉상’ 이미지가 고착화돼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도 결국 밀렸는데, 곧바로 당권에 도전하는 건 무리”라며 “시간을 들여 이미지를 세탁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상하는 게 김웅 의원이다. 서울 송파구갑 지역구라 비영남 수요도 충족하고, 초선 의원이라 당 쇄신 이미지는 확실히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 영남으로부터 '배신자' 비난을 받는 유승민 전 의원이 이끈 새로운보수당 출신이라 영남 당원들의 선택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