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출범 이후 계열사와 꾸준한 협업…연구성과도 한 달에 '두 개'꼴
즉각 계열사와의 논의가 이뤄졌고, 지난달 초 AI 연구원과 협업을 통해 LG이노텍의 'AI 특허정보 시스템'이 구축됐다. 수만 건의 특허 빅데이터를 단시간에 분석해 개발 방향 수립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빠르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LG그룹의 인공지능(AI) 기술 전담 조직인 ‘LG AI연구원’이 지난해 말 출범 이후 지속적인 성과를 내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AI 분야는 구광모 회장이 ‘고객 가치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꼽은 대표적인 분야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 AI 연구원은 계열사와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현업에서 AI 적용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LG이노텍과의 협업 사례와 같은 ‘선 연구, 후 적용’과 반대로, 현업 부서가 AI 활용 필요성을 느끼고 먼저 협업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과거 LG화학은 신약후보물질 타깃을 효율적으로 찾기 위한 협업 연구를 연구원 측에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신약후보물질을 찾고, 이를 확인하는 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을 3.5년에서 8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었다.
그룹 차원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AI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구광모 회장의 경영 전략과도 맥이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고객가치 경영 신조를 언급하면서 "AI, 빅데이터 같은 디지털 기술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업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 성과도 쌓여가고 있다. 실제로 AI 연구원은 출범 4개월여 만에 총 5개(NAACL, ICLR, CVPR, AAAI, ICASSP)의 AI 관련 저명 학회·저널을 통해 8개 논문을 펴냈다. 한 달에 평균 두 개꼴로 연구 성과를 낸 셈이다.
연구 분야도 딥러닝 모델부터 음향·음성·신호처리, 자연어 처리 기술 등 다양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설명하는 AI', '연속학습 AI', '대조적 표현학습', ‘비디오 프레임 예측 학습’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설명하는 AI’는 결과 도출 시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엑스선촬영(X-Ray) 이미지를 AI가 분석한다면 특정 신체 부위의 이상 유무는 물론, 판단을 내릴 때 사용한 근거까지 인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설명해준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는 세계적인 기업조차도 초기 단계를 열어나가고 있는 수준이라, 선점하면 시장의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회사 측은 보고 있다.
그룹 AI 전략의 핵심 조직인 AI 연구원의 남은 과제는 '인재 확보'다. LG 측은 AI 연구원이 출범한 지난해 12월, 연구 인력 규모를 올해까지 100여 명, 2023년엔 1000명대 수준으로 늘린다고 공언한 바 있다.
LG 관계자는 "이를 위해 연구원엔 별도 인사·조직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라고 전했다. AI 인재에 걸맞은 파격적인 대우를 통해 인재를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산학협력도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다. 대표적으로 서울대 AI 연구원과 출범 이래 관계를 이어왔다. 지난달 말엔 서울대 AIIS 리트릿에 참여해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했다.
임우형 데이터 인텔리전스 랩장은 "궁극적으로 모든 업무, 모든 생활에 AI가 활용되는 것이 목표"라며 '더 나은 삶을 위한 AI 개발(Advancing AI for a Better Life)'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