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번지수 잘못 잡은 특허품질 논란

입력 2021-05-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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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트랜지스터와 청색 LED(발광 다이오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트랜지스터는 전자공학시대를 열었고 청색 LED는 효율적인 인공조명시대를 개척했으니, 새로운 문명을 이끌어낸 위대한 발명품이란 점을 우선 꼽을 수 있겠다. AT&T의 벨연구소와 니치아화학이라는 기업에서 출원한 특허에 발명자로 기재된 존 바딘과 나카무라 슈지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 더 꼽자면 특허등록 뒤에 두 사람 모두 대학교수가 되어 연구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특허품질을 등급으로 분류한다면 트랜지스터와 청색 LED 특허는 최상 위치에 두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 분야를 개척한 발명이기에 원천특허이고, 시장 수요가 큰 상품의 제조와 직접 관련되니 독점생산의 범위를 넘어서 기술 라이선스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처럼 노벨상 수준의 기술도 특허 명세서를 잘못 기재하면 공들여 개발한 기술이 일부지만 남에게 넘어갈 수 있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유전자가위 특허에 그런 논란이 있다. 버클리대 다우드나 교수의 발명을 특허로 작성하면서 적용대상을 세포라고만 적는 바람에, 그보다 범위가 좁은 진핵세포에 대한 적용기술이 개량특허로 등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핵막이 없는 원핵생물인 세균에서 연구된 기술이므로, 이 기술을 인간이나 동물에 적용하려면 핵막을 가진 진핵세포 적용 가능성을 따로 언급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학 특허는 저비용을 내세우는 바람에 기업 특허보다 허점이 많다는 말이 옳다면, 우수한 연구결과를 뒷받침할 적절한 특허문서 작업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비용을 준비해야 한다.

최근 대한변리사회의 공공연구기관 등록특허 품질 분석결과에 대해서 벌어지는 논란은 방향이 잘못되었다. 품질이 낮다고 평가되자 공공연구기관은 내부 특허팀에 문제를 따지고, 특허팀은 변리사에게 책임을 묻는다. 특허건수가 많음을 이유로 특허사무소가 정한 최소비용보다 낮은 값으로 명세서 작성을 요구하는 현실에서도 특허를 등록시켜 준 변리사에게, 기재오류가 아닌 기술내용의 품질을 따지는 상황이다. 일이 제대로 되려면 훌륭한 연구를 지원하는 방향과 좋은 명세서를 위한 적절한 특허 예산을 확보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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