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된 마을기업①] 우후죽순 마을기업…관리 구멍에 정부 '뒷짐'

입력 2021-05-06 19:00수정 2021-05-0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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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새 전국에 1600개 설립…행안부, 피해 사례 파악 못해

▲경기도에 있는 한 마을기업. 대금 미결제는 물론 임금 체불 의혹까지 불거졌다. (홍인석 기자 mystic@)

정부가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마을기업 육성사업'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외견상 건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마을기업에 물건을 납품했다가 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현장에서는 관리 부실로 인한 각종 폐단이 나타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2011년 시작한 이 사업은 지역주민이 각자가 지닌 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소득과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다. 유통ㆍ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로 지역주민 5인 이상이 출자하면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6일 행안부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전국의 마을기업은 1556개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서울 95개 △부산 74개 △대구 88개 △인천 53개 △광주 61개 △대전 52개 △울산 41개 △세종 29개 △경기 179개 △강원 120개 △충북 84개 △충남 134개 △전북 105개 △전남 160개 △경북 125개 △경남 120개 △제주 36개다. 농가가 많은 경기와 전남, 충남 등에 마을기업이 밀집해 있다.

행안부는 마을기업 지정 시 최대 3년간 1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예비 마을기업으로 지정돼도 1000만 원을 준다. 지역 주민들은 정부 지원으로 법인 설립에 따른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을기업 사업 취지대로라면 지역 사회에 큰 도움이 된다. 세종시에 있는 청년마을기업 문화공작소는 지역 소상공인ㆍ명소 등에 관한 영상 제작, 인쇄 디자인을 하면서 소상공인과 지역을 연결해주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마을기업이 '지역사회 통합 돌봄(G-Care) 구축'에 주요 주체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일부 마을기업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부실 운영은 물론 사업에 참여한 기업에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운영 지침상 해당 지역에서 만드는 상품만 판매할 수 있지만 일부 마을기업은 다른 시ㆍ군ㆍ구 물건도 팔고 있다.

경기 화성에서 유제품을 생산ㆍ판매하는 오현조(가명ㆍ50) 대표는 "A 마을기업에 치즈와 우유 발효유 등을 납품했지만 1000만 원 정도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산란계 하는 다른 사업자 A 마을기업에 1700만 원가량의 대금을 결제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피해 사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마을기업 실태조사는 시ㆍ군ㆍ구에서 1년에 1회 실시해 행안부에 결과를 보고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업의 매출과 조합원 변동 등 정보만 파악할 뿐 농민들에게 발생하는 피해까지 살피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개인 채무나 사적 문제 등 부당한 처우를 받는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으면 선제적으로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시ㆍ군ㆍ구 조사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지정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며 "보조금 사용이 적절치 못하면 회수하고 제재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철무 호서대 벤처대학원 교수는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며 “일부 마을기업은 다른 지역에서 들여온 식품을 팔기도 하는데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니 행안부가 직접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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