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덫에 빠진 헬스케어 스타트업](상) 노다지가 널려 있는데 캘 수가 없다

입력 2021-04-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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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다지가 널려 있는데 캘 수가 없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A는 건강보험에 기반을 둔 한국의 풍부한 의료 데이터를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사업화까지 갈 길이 구만리다. 빅데이터·AI 기술이 총집합한 기기로 질병을 탐지해도 이용자에게 내원 권유를 하면 불법이다. 의료법상 진단 행위로 간주해서다. 혁신은커녕 기존 질병 탐지 기기와 차별성을 가져갈 수가 없다. 의료 데이터를 결합, 서비스 상품을 개발하려 방향을 돌려봐도 개인정보보호법이 틀어막고 있다. 각 기관에 흩어진 데이터를 모아 가공하려면 ‘가명 정보’로 처리해야 하는데, 다른 정보와 결합해 개인이 특정될 수 없게 처리해야 한다. 재식별이 불가능한 정도의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차후 재식별이 가능하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모두 불투명한 상황. 이 때문에 스타트업 A사는 상품 개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 및 의료기기 산업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규제 애로’를 호소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의 아우성은 여전히 크다.

8일 아산나눔재단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케일업’보고서에 따르면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창업 단계에서 활발한 투자를 받지만, 사업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후속 투자 유치는 다른 산업에 비교해 원활하지 않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설립에서 시드머니를 받기까지 평균 1.88년, 시드머니에서 시리즈 A를 받기까지 평균 1.8년이 걸린다. 시드머니에서 시리즈 B까지는 약 2.8년이 소요된다.

반면 국내 고성장 스타트업들은 설립에서 시드머니까지 평균 1.5년, 시드머니에서 시리즈 A를 받기까지 평균 1년 정도가 소요된다. 시드에서 시리즈 B까지 2.5년이 걸린다. 초기 창업(시드)에서는 차이가 0.3년이지만, 이후 사업화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1년 이상의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복잡한 인증도 문제다. 체외진단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스타트업 B사는 무의미한 인증 제도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야 했다.

한국은 명시적으로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이에 스타트업들의 혁신 동력도 함께 사그라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ㆍ의료 벤처투자 규모는 2019년 1조1033억 원에서 2020년 1조1970억 원으로 8.49% 늘었다. 하지만 이는 화학ㆍ소재(45.75%), 전기ㆍ기계ㆍ장비(34.48%), ICT제조(25.18%)의 상승 폭에 비하면 초라한 성장률이다.

국회도 규제 개혁에 손을 놓고 있다. 현 21대 국회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하자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발의는 단 한 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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