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G 스마트폰 철수, 살벌한 기업전쟁의 현실

입력 2021-04-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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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스마트폰에서의 철수를 공식 결정했다. LG는 5일 이사회를 열어 7월 말로 모바일사업을 맡은 MC사업본부의 영업을 종료키로 했다. 사후서비스는 지속하고 협력사 손실 보상도 협의키로 했다. 3700여 명의 이 사업 인력에 대한 고용유지를 위해서는 다른 사업본부나 자동차부품 및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합작법인 등에 전환배치한다.

LG가 결국 모바일사업을 접기로 한 것은 치열한 기업전쟁의 현실을 드러낸다. LG는 삼성전자와 함께 지난 몇십 년 동안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을 세계 일류로 키운 기업이다. 가전 경쟁력은 현재도 세계 최고다. 1995년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해 한때 글로벌 점유율 10%로 피처폰 세계 3위까지 올랐었다.

그러나 2007년 애플 아이폰 등장 이후 스마트폰에의 신속한 대응을 놓치면서 추락했다. LG의 휴대폰 사업은 2015년 2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였고, 누적적자 규모가 5조 원에 이른다. LG로서는 불가피한 결단이다. 경쟁력 잃은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자금과 경영역량을 집중해야 살아남는다. 시장도 사업체질과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로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나 사업도 영속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한순간의 기회상실이나 의사결정 오류로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고 시장에서 패퇴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의 냉엄한 현실이다. 과거 세계 휴대폰시장을 지배했지만 잊힌 존재가 된 노키아나 모토롤라, 또 가전의 소니 등이 그랬다. 국내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동안 30대 그룹 가운데 지금 살아남은 곳은 고작 10여 개다.

글로벌 시장은 살벌하고, 갈수록 경쟁이 격렬해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에도 위기가 닥쳐온다. ‘반도체 내셔널리즘(nationalism)’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격변이 예고된다. 미국이 반도체 자립을 선언하면서 패권탈환에 나섰고, 중국은 대규모 자금 투입으로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유럽연합(EU)도 같은 움직임이다. 삼성 반도체가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이다.

한국 대표기업이자, 가전의 세계 최강인 LG전자가 직면한 현실과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선택이 스마트폰 포기다. 순간에 기업이 망가지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사활(死活)을 건 싸움을 이기는 것 말고 살 길이 없다. 그런데도 정권의 기업에 대한 현실 인식은 여전히 ‘대기업은 적폐이자 악(惡)의 근원’이다. 이 정부 들어 쏟아낸 ‘기업 발목잡기법’과 규제는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경제계의 수도 없는 호소에도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지배구조를 흔들며, 투자와 혁신을 가로막는 쪽으로만 치닫고 있다. 제발 나라가 처한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반(反)기업 정책 폭주를 멈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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