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브커머스 어뷰징 활개] (상)
모바일 홈쇼핑 방송, ‘라이브 커머스’의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어뷰징(시청자 수 조작) 업체들이 등장,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라이브 커머스를 중개하는 네이버 등 일부 플랫폼들은 해당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판매자가 실시간 방송을 통해 상품을 안내하고 판매하는 모바일 홈쇼핑이다. 일명 ‘라방’으로 불린다. 유통 기업을 비롯해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도 속속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라방 10만원에 3천~4천 뷰 조작=24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라이브 커머스 순위 조작을 노린 스토어 운영자들과 마케팅 업체들이 어뷰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시간 시청자 수가 많을수록 플랫폼 메인 화면에 높은 순위로 노출되는데, 이를 노린 행위다.
스토어 운영자들은 마케팅 업체들과 라이브 커머스 계약을 맺고 기획·마케팅 등을 맡긴다. 라방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 쇼호스트 섭외와 제품 콘셉트 등의 조언을 받는 것이다. 라방 1회당 50만~70만 원의 대금을 내거나 회당 30만~50만 원의 대금을 내고 판매마진의 일정 퍼센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부 마케팅 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실시간 시청자 수를 늘려주는 어뷰징 프로그램이 있으며, 추가 금액 결제 시 해당 프로그램의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제시한다.
이투데이가 업체에 문의한 결과 10만~20만 원 지급 시 3000~4000 조회 수를 올려줄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 첫 라방 기념, 무료로 어뷰징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업체도 있었다.
실제 해당 어뷰징 프로그램은 라방을 진행하는 스토어 운영자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나타났다. 스마트 스토어 운영자들이 모인 단체카톡방에 실시간 라이브 커머스 방송 중이라는 카톡을 올리면, “뷰 작업 너무 티가 나면 별로예요”, “벌써 3300명 가짜가 들어가 있네요”라고 반응했다.
네이버 플랫폼에서 라방을 진행하며 어뷰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한 번도 걸린 적이 없다”라며 “처음부터 3000~4000뷰를 올리지 말고, 1000~1500뷰로 시작한 이후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좋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네이버, 실태 파악조차 못해 =네이버는 어뷰징 프로그램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라며 “관련 내용이 확인될 경우 다시는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판매자를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현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해당 행위는)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고 사기”라며 “관련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표시광고법,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의 경우 직접 라이브 커머스를 관리하고 있어 어뷰징 프로그램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그립’의 관계자도 “급작스럽게 뷰가 튄다거나 하는 이상 현상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라며 “만약 활동이 감지되면 즉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플랫폼의 제재를 회피할 방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어뷰징 프로그램을 활용한 스토어를 색출해 차단하겠다는 태도다. 이에 대비하는 스토어 운영자들은 차단당하더라도 라방을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도록 다른 스토어를 사들이는 ‘꼼수’를 찾아냈다.
네이버에서 라방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파워’ 등급 이상의 자격이 필요하다. 스토어 운영자들이 모이는 한 커뮤니티에는 파워 등급 이상의 스토어를 구매하겠다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라방용이기 때문에 스토어 이름 변경이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도 함께다. 본인의 스토어가 어뷰징으로 차단되더라도 계속해서 라방을 진행할 예비용 스토어를 물색하는 것. 혹은 본인의 스토어는 안전지대에 두고 어뷰징 프로그램을 돌리며 라방을 할 비상용 스토어를 마련해두는 것이다. 스토어를 계속해서 사들이며 어뷰징 프로그램을 돌리는 운영자를 선제적으로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반면 맹성현 KAIST 전산학과 교수는 “기술적으로 거의 모든 게 가능하다. 어뷰징 프로그램의 제작도 제재도 불가능하지 않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변경한다거나 해서 로그(기록)를 남기면 추적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e커머스나 인터넷상에서 거짓 정보를 줬다든지 퍼블리싱을 했다고 소문이 퍼지면 플랫폼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라방 시장 2023년 8조 규모로 성장할 것=한편,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2023년까지 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한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가 약 3조 원 규모다.
네이버는 ‘쇼핑 라이브’를 운영, 지난 1월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시청 1억 뷰를 기록했다. 쇼핑 라이브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 역시 100만 명에 육박했다. 네이버는 최근 출시하는 서비스에서 SME(중소상공인)와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는데, 네이버 쇼핑 라이브의 경우 SME 판매자 비중이 80%에 달한다. 카카오도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카카오쇼핑라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의 지난 1월 기준 누적 시청 횟수는 2000만 회에 이른다.
두 플랫폼의 라이브커머스 운영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네이버는 일정 등급(파워) 이상의 스마트스토어가 원하면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반면, 카카오는 카카오에서 직접 판매 제품을 선정하고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쇼핑라이브의 경우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라이브 커머스가 진행된다면, 카카오는 평균 일 1~2회의 방송만이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