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위헌 가능성" LH 직원 재산 몰수 안할 듯

입력 2021-03-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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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서 소급 적용 포기 수순…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몰수 소급 적용안' 제외

▲경기 광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 모습. (연합뉴스)

국회가 3기 신도시에서 땅 투기를 벌인 LH 직원 등 공직자에겐 재산 몰수 등 처벌을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공개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최근 국회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소급 적용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당정은 부동산 개발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해 땅 투기를 하는 공직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이들이 얻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은 몰수·추징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지난 18일 열린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는 땅 투기 공직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가 진행됐다.

법안은 땅 투기에 나선 공직자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이나 그 이익의 3배~5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게 하고, 취득한 재산을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날 소위에선 재산을 몰수, 추징하는 조항과 관련해 이번 사건 장본인들에 대한 ‘소급 적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소급 적용이 돼야 LH 직원 등의 범죄 혐의가 수사를 통해 입증됐을 때 이들이 사들인 3기 신도시 땅을 몰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 역시 신도시 토지보상을 받게 된다.

소급 적용 방안은 ‘친일재산귀속특별법’이 친일파가 축적한 재산을 몰수하는 데 착안한 것이다.

이 가운데 소위원장이자 법조인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나섰다.

조 의원은 “몰수나 추징, 혹은 형벌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것은 친일 재산이나 부패 재산 같은 것”이라며 “당시 처벌하는 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연법으로 봐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의 범죄가 아니라면 소급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친일재산귀속특별법에 대해선 "일제강점기 친일 행위가 당시엔 이를 처벌하는 법이 없었지만 자연법으로 봐도 분명히 범행에 해당하고 양심의 가책이 있었을 것이기에 이후에 처벌조항이 생겼을 때 소급효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땅 투기에 나선 LH 직원 등을 두고 일제시대 친일파와 같은 수준으로 재산 몰수를 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조 의원은 “소급 조항은 백발백중 위헌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국민의 법 감정을 생각하면 소급효를 하면 시원하겠지만, 이 문제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당 허영, 김교흥 의원이나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은 소급 적용 방안을 주장했다.

이에 조 의원은 “헌법을 뛰어넘는 입법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들의 농지 취득 자격을 제한하거나 대토보상에서 제외하면 유사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결국 이날 소위를 통과해 19일 국토위도 통과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선 몰수 추징 조항에서 소급 적용 내용이 들어가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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