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설업은 체험산업이다

입력 2021-03-25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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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체험과 경험의 차이를 아는가. 국립국어원에서는 ‘체험’을 ‘자기가 몸소 겪음’ 또는 ‘그런 경험’으로, ‘경험’은 ‘자신이 실제로 해 보거나 겪어 봄’ 또는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이라고 정의한다. 변별이 명확하지 않다. 마치 관광과 여행의 차이와 같다. 프랑스 출신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빌려 혹자는 새로운 풍경을 보는 관광이 체험이라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여행은 경험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의도가 무엇이든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체험이 직접 몸으로 겪는 자기 주도적 과정이라면 체험 없는 경험이 진짜 경험인 건지 확신할 수 없다. 필자는 주관적 체험은 진짜 경험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믿는다.

건설산업은 잦은 안전사고와 낮은 생산성이라는 고질병을 오랫동안 앓아왔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은 앓아왔던 시간만큼이나 오래되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건설산업의 안전사고 발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9년 기준 전체 산업별 재해 중 건설업의 비중은 26.9%로 제조업(25.18%)보다 높다.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재해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떨어짐’과 ‘넘어짐’ 사고가 33.8%와 16.2%를 차지한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교육을 포함한 철저한 안전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그에 따른 투자도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고는 발생한다.

한편, 옥외산업으로서 분절된 생산 구조와 높은 인력 의존도 등의 특성을 가진 건설산업의 낮은 생산성 개선도 제자리걸음이다. 성공적인 건설사업은 품질이나 안전으로 정의되기보다 공사비를 아끼고 공사 기간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 이러다 보니, 새로운 기술 개발이나 적용은 뒷전으로 밀리고 수익 확보만이 사업 수행의 이유가 된다.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사고를 줄이는 것도 현재보다 나은 건설산업의 미래 모습 중의 하나이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꿈꿔야 할 건설산업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산업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롭고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지만, 그 시도는 자기 주도적인 체험이어야 한다. 해왔던 일을 단지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체험이어야 한다.

건설산업은 최종 시설물을 생산하기까지의 과정이 타 산업보다 길뿐만 아니라 흔적이 남는 산업이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과거보다 나은 생산 방식을 찾을 수 있고, 운영과 유지보수를 통해 다음 시설물의 성능 개선을 이룰 수 있다.

건설산업은 체험이 반복되는 산업이다. 때문에 경험이 체험보다 차원 높은 상위의 목표가 아니라 자기 주도적인 주관적 체험이 확장될 때 다다를 수 있는 또 다른 체험의 형태라면 건설산업의 장래는 밝다. 각 영역에서의 참여 주체가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성실히 다하고 그 안에서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 체험이 가능하다면 우리가 꿈꾸는 건설산업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였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남의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울 만큼 현명한 사람은 없다’라고 했다. 스스로 경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뜻이겠다.

필자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을 건설산업의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바꾸고 싶다. 산업 안에서의 체험이 건설산업의 미래를 바꾸는 밑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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