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금융 양극화③] '작업대출' 당한 신 사장 '회생'도 벅차 '파산'

입력 2021-03-22 05:00수정 2021-03-2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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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대환 중 어떤 거 원하세요?”

서울 금천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정욱(가명) 씨가 지난달 15일 ‘카카오톡’을 통해 작업 대출 상담을 요청한 뒤 받은 대답이다. 김씨의 신용 점수는 510점이다. 과거 등급제 기준으로 환산하면 7등급 이하인 수준이다.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로 헬스장 문을 열지 못했고 이 때문에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못한 것이 신용 점수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그간 모은 자금과 저축은행 등에서 끌어모은 돈으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영업 제한이 연장됐고 김씨의 주머니는 갈수록 가벼워졌다.

김씨는 신용 점수가 낮은 탓에 시중은행의 문을 두드릴 수 없었다. 그는 당장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를 켰다. 카카오톡으로 만난 작업 대출업자 A씨는 김씨에게 “신용점수와 무관하게 제1금융권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A씨는 “당장은 대출을 실행하는 게 낫고, 그 다음 대환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조언했다. A씨가 말하는 대환이란 차주의 기존 대출을 탕감하고 신용 점수를 올린 뒤 금융기관 등에서 가능한 대출을 다 끌어모으는 방식을 말한다. 통상 작업 대출업자는 대출을 실행해준 명목으로 대출금의 2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가령 1000만 원의 대환을 하면 A씨가 200만 원을 챙기는 것이다. 김씨가 필요한 자금은 총 2000만 원. A씨는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뒤에 기존에 있던 대출을 상환하면 낮은 신용점수도 올라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A씨는 김씨에게 서류를 조작해 신용 점수를 올린 뒤 대출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A씨는 대출 실행 조건으로 △15일 이내 기존 대출에 대한 연체가 없고 △국민연금 납부 이력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3%’ 이내의 금리만 아니면 고객이 원하는 수준으로 맞춰줄 수 있다”며 “잘 되는 은행은 ㄱ은행, ㄴ은행”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과거 작업 대출은 대출을 실행할 줄 모르는 이들을 상대로 햇살론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범죄가 고도화되면서 작업 대출 외에 차주의 개인 정보를 도용해 대출자금을 빼돌리는 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작업 대출업자가 차주의 명의를 도용해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을 개통한 뒤 이를 중고로 매매하는 방식으로도 소액 자금을 챙기는 게 대표적 수법이다.

작업 대출은 적발될 경우 금융사로부터 고발은 물론, 이로 인해 향후 개인 파산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개인 파산의 경우 불법 행위가 발견될 경우 법원에서 인정해주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이 경우 차주는 신용불량자로 강등돼 작업 대출로 발생한 수천만 원을 갚을 수밖에 없다. 작업 대출에 섣불리 발을 디뎠다가 수천만 원을 상환해야 하는 늪에 빠지는 것이다. 곽진산 기자 jinsan@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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