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문재인 대통령 묘책 찾기 고심...'비핵화' 표현 빠진 것은 희망적
한국을 방문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북한과 중국을 상대로 한 강경정책이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고민에 빠졌다.
조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가 한국과 일본 등 극동지역 동맹을 중심으로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이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17일 한국을 찾은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한국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한·미 외교ㆍ국방 장관회의를 가진데 이어 18일에는 문 대통령을 예방하고 대화를 나눴다.
한·미 양측은 잇단 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이 양국 공동의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이 17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이 극도로 꺼리는 주제인 인권 문제를 언급한데 이어 중국을 향해서도 홍콩과 대만 등 예민한 사안을 거론하면서 긴장감을 키웠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체제를 ‘권위주의 정권’으로 규정하며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미 대화 조기 재개를 원하는 북한 인권을 둘러싼 북·미 갈등이 고조될수록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이라는 문 대통령의 구상은 차질이 생길 우려가 커질수 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을 상대로도 ‘쿼드(Quad) 플러스’ 가입 등 한국을 대중국 견제 대열에 합류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블링컨 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신장위구르 티베트의 인권을 유린하고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를 침식하는 이들에 맞서 기본권과 자유를 지켜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스틴 장관도 마찬가지다. 그는 서욱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의 전례없는 위협으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에서 ‘중국의 위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남방정책 등을 통행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협력을 모색한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과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지는 발언들이다.
다만 한·미 외교ㆍ국방 장관회의 공동성명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빠진 것은 희망적이라는 평가다. 공동성명에는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정도가 언급됐다. 북핵과 관련한 내용이 빠진 것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려면 불필요한 자극을 피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뜻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방한에서 바이든 정부의 의중이 확인됐다는 점은 부담이다. 북한은 대화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적대정책 철회'를 내세우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비핵화'에 방점이 찍혀있는 만큼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임기 말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