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탄 한 해”…내년은 더 어렵다
"롤러코스터를 탔던 한 해였다. 최고점을 향해 달려가더니 어느 순간 급하강하면서 최저점으로 떨어졌다"
정유사 한 임원의 평가처럼 올 한해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이하 유화업계)는 천국을 맛보자 마자 지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제석유제품가격이 급등하면서 역대 최고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직후 세계 실물경제 침체와 환율급등으로 인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터널 속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유화업계는 석유제품 수출 호조 속에 최대 수출산업으로써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했다. 석유제품 수출이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수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수출효자 품목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석유제품이 최대 수출품목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정유사들이 지상유전이라 불리는 고도화 설비 투자에 열을 올린 덕분이다.
아울러 중국의 수요 급증과 아시아지역의 공장설비 신증설이 지연되면서 장기간에 걸쳐 업계 호황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올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로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하는 등 긴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특히 해외에서의 자동차, 조선, 해운, 항공 등 석유제품을 연료와 원료로 소비하는 산업들의 위축은 석유제품 소비위축과 수출을 감소시켰다.
여기에 유화업계 특성상 환율 상승이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환율’ 악재는 더욱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또 국제유가보다 국제휘발유제품 가격이 더 싼 역마진 현상도 한 달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상반기 최대실적을 기록했던 유화업계는 하반기 들어서 역대 최악의 실적을 우려해야 할 만큼 수익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SK에너지 울산NCC 공장은 46년 만에 처음으로 수요 감소를 이유로 가동이 중단됐으며 업체마다 공장가동을 줄여도 판로를 찾지 못한 생산제품이 공장과 부두에 쌓여갔다.
그렇다고 내년 경영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유화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도 전망 역시 어둡다”고 내다봤다. 올해 하반기에 나타났던 수요 감소가 지속되는데다 공급과잉 현상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등 그동안 지연됐던 정제시설 및 석유화학공장이 속속 완공되면서 석유제품 공급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석유제품 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규모의 경제 및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중동지역의 물향 공급 확대는 전반적인 가격 하락 압력으로 이어져 내년도 시황을 어둡게 하고 있다.
여기다 실물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내수시장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일부 기업의 경우 공장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등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 예견되고 있다.
안혜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유화업종의 경우 내년부터 하강기에 도입해 2010년 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화업종에 한정되지 않고 사업부분을 다양화해 이 시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