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녹는다] 사상 첫 세계 규모 '인플레형 불황' 오나

입력 2021-03-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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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생산자물가 2년 만에 최고치 등 인플레 불안 고조
미국 국채 금리 급등하며 시장 요동
공급, 소비 따라가지 못해 물가 폭등 유발할 수도
"연준 긴축 강요당할 것" 관측

(신화뉴시스)
지난달 시작한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그에 따른 시장 동요는 인플레이션 불안감에 초래된 결과였다.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날 때마다 10년물을 중심으로 한 장기물 금리는 상승했고, 이에 주식 자금은 대량 유출되는 현상을 보였다.

특히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형 불황이 올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 경제불황과 인플레이션이 함께 왔던 스태그플레이션이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당시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경기가 주저앉았지만, 정부 주도의 통화완화 정책이 계속되면서 참극을 빚었다. 1960년대까지 2% 이상 오른 적 없던 미국 인플레이션은 1970년부터 1974년까지 연평균 12% 이상 상승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다시 한번 찾아올 기미를 보인다. 더구나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고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지난주 발표된 중국의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1.7% 상승하며 2018년 11월 이후 2년여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PPI의 상승으로 현지 제조업체들이 수출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전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풀이했다.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올 들어 급등하면서 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10년물 금리는 12일(현지시간) 장중 1.64%까지 치솟으면서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현재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생계 수단이 끊기고 기업 성장이 멈췄다는 점이다. 실업률이 치솟고 이에 각국 정부는 지출을 늘리고 있지만, 가계로 흘러 들어간 자금들은 공급의 부족으로 인해 소비 대신 예금계좌로 향하는 양상이다.

미국에서 이번 주 의회를 통과한 1조9000억 달러(약 2145조 원) 규모 슈퍼 부양책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로런스 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양책이 큰 지지를 받았지만, 백신 접종에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번 지원은 소비가 아닌 저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지금 억눌린 소비가 폭발하게 된다면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고,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여러 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을 강요할 위험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고금리 환경에서 소비자는 다시 소비 대신 저축을 택하게 돼 구매력이 줄게 되고, 부채 부담을 키워 마침내 인플레이션형 불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통화·재정 당국이 여전히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제로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넘어도 용인할 의사가 있음을 꾸준히 드러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하는 콘퍼런스에 참석해 “경기 회복이 재개되면 인플레이션이 기저효과로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상승이 지속하거나 통화정책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까지 최근 “나는 정말 그러한(부양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발생)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이 스탠스를 고칠 시기가 빠르게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 걸친 인플레형 불황은 아직 한 번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만큼 피해 규모에 대한 우려도 크다. 시라큐스대의 렌 버만 경제학 교수는 최근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충분한 경기부양책을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로 인한) 위험성은 너무 클 것이고 그 중 인플레이션은 정말 위험하다”고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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