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립’ 나선 EU,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 목표

입력 2021-03-1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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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역내 공급망 재건에 182조원 투입
파운드리 공장 유치·생산량 2배 증가 목표
5년래 유럽 첫 양자컴퓨터도

▲주요국 반도체 시장 점유율 추이. 2020·2030년은 추정치. 위쪽부터 중국, 대만, 한국, 일본, 미국, 유럽.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에 막대한 타격을 받은 유럽이 반도체 자립에 나섰다. EU의 목표는 역내 생산을 통한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 확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이날 디지털 경쟁력 향상을 위한 로드맵 ‘2030 디지털 컴패스’를 발표했다. EU는 반도체와 데이터 산업 등 디지털 분야에서 중국과 미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부위원장은 “핵심 기술에 있어 우리는 다른 국가에 덜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EU는 10년 안에 반도체 생산을 지금의 2배로 늘려 시장 점유율 20%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00년 24%에 달했던 EU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0%까지 내려앉았다. 중국의 점유율이 25%에 달하고, 대만과 한국의 점유율 합계가 약 40%인 것에 비하면 존재감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에 한국과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EU는 반도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미국,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 중국은 2019년 국내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290억 달러 규모 펀드를 설립했다. 지난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리커창 총리는 2025년 말까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연구·개발(R&D) 지출을 매년 7% 이상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에 투자하는 기업에 연방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반도체와 전기차용 배터리 등 주요 산업 소재의 공급망 구축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맞서는 EU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경제회복기금의 최소 20%를 향후 2~3년 동안 투입해 역내 공급망을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경제회복기금의 규모가 6725억 유로에 달하는 만큼 약 1345억 유로(약 182조 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EU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공장을 유치해 역내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끌어 올릴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EU가 삼성전자, TSMC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 기업은 7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데, EU는 향후 2나노미터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EU는 5년 안에 유럽 첫 양자컴퓨터도 건조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모든 인구 밀집 지역에 5세대(5G)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모든 주요 공공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EC는 “EU 회원국이 목표 달성 감시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데리코 몰레 유럽정책센터(EPC) 분석가는 “이 로드맵은 EU의 출발점을 고려하면 매우 야심 찬 것”이라며 “상당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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