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군인들의 인수인계 곡, 브레이브걸스 ‘롤린’ 역주행

입력 2021-03-0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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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생활관 테이블 위에서 팔을 양쪽으로 뻗고 골반을 흔드는 선임을 봤습니다.

“롤린~롤린~롤린!” 듣도 보도 못한 노래를 목 놓아 부르던 선임. 충격적인 생활관 입소 현장이었을 이등병에게 그것은 곧 다가올 자신의 미래였는데요.

그 노래는 군인들의 무한 지지를 받았던 1등 곡, 바로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었습니다.

롤린 파급력을 전혀 몰랐던 햇병아리 이등병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선임 뒤에서 같은 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후문이죠.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2017년 3월에 발매된 ‘롤린’은 당시 군 복무 중이던 15~16군번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군 밖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곡이었지만, 군인들 사이에서는 중독성 최고의 곡으로 꼽혔죠.

브레이브걸스 활동이 중단된 이후에도 ‘롤린’ 노래와 무대 영상들은 생활관에서 끊임없이 재생됐는데요. 그 덕에 2017년 이후로 입대한 군인들도 선임들의 ‘선곡’에 하나가 되어갔습니다.

일명 입에서 입으로, 몸에서 몸으로 받은 인수인계 곡으로 전해지는 ‘롤린’. 전역한 이후에도 그 시절의 ‘희망곡’을 찾는 예비역들의 손을 거쳐 ‘롤린’은 유튜브 무대 영상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게 됩니다.

군인들의 뜨거운 사랑만큼이나 브레이브걸스는 국방TV에서 방송하는 ‘위문열차’의 단골손님이었는데요. ‘롤린’을 실제로 영접한 군인들의 모습, 이미 예상이 되죠?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옆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팔 뻗기 안무부터, 가오리 춤… 공연장이 떠나가라 한 떼창은 “역시”라는 말이 절로 터져 나옵니다.

이 위문열차 속 공연은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 무한 주접 댓글의 세계로 이어졌는데요.

“밀보드(밀리터리+빌보드) 1위”
“18군번인데 16군번 화석들에게 인수인계 받고, 전역 때 20군번한테 인수인계해주고 나옴”
“철저한 인수인계로 후대로 내려오는 곡”
“전쟁 때 이거 틀어주면 전쟁 이김”
“대북방송으로 이거 틀면 지뢰밭 뚫고 달려온다”
“인기가요 000회 몇 분 몇 초 출연인지 외워서 아침마다 틀었음”
“대한민국 국군의 피아식별은 롤린 후렴 안무를 출 수 있는 가로 가능”

영상 조회 수만큼이나 쏟아지는 댓글에 사랑방처럼 몰려든 예비군들. 또 알고리즘으로 ‘롤린’을 영접한 네티즌들도 그 주접 댓글에 합류했죠.

‘롤린 간증 댓글’은 따로 ‘댓글 모음 영상’으로 만들어졌고, 현재 약 470만 회의 조회 수와 1만 개가 넘는 대댓글로 가득 찼습니다.

엄청난 반응에 브레이브걸스 멤버들도 댓글로 감사 인사를 전했는데요. “아직도 많은 분이 기억해주시고,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본인 등판에 “내가 더 감사하다”라는 훈훈한 인사가 오갑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하지만 ‘롤린’의 진가는 유튜브 조회 수가 끝이 아니었는데요. 그 화력은 음원사이트까지 번져갔습니다.

4일 현재 국내 최대 음원 차트인 멜론 24Hits에서 4위를 기록 중이고요. 지니와 벅스 차트에서는 1위를 유지 중입니다.

브레이브걸스가 방탄소년단(BTS), 아이유와 나란히 이름을 올린 건데요. 인기 가수들 사이에서 당당히 이름을 올린 브레이브걸스 유정은 라디오에 출연해 “진짜 꿈인 것 같다”라며 “지금 당장은 실감이 잘 안 난다. 멤버들 모두 울었다”라는 소감을 밝혔죠.

심지어는 2017년 6월 유정이 표지모델로 나섰던 ‘맥심’ 잡지까지 뒤늦게 완판되기도 했는데요. 모바일 앱에서도 해당 월 호가 역주행하며 다운로드 수가 급증, 최신 월 호와 맞먹는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넘치는 반응에 브레이브걸스 소속사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는 ‘롤린’의 앨범표지를 변경했는데요. 기존 앨범표지는 붉은 배경에 노출 의상을 강조했다면, 새롭게 바뀐 표지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자유롭게 즐기는 멤버들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변경 이유를 묻자 소속사는 “팬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는데요. 팬들과 네티즌들은 “이제 당당하게 들을 수 있겠다”라며 소속사의 발 빠른 피드백에 환호를 보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롤린’을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던 17군번 네티즌은 그 당시 ‘롤린’은 무적의 응원가였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힘들고 지쳤던 군 생활을 그래도 이겨내 보자는 의지를 샘솟게 했다고 하죠.

‘코로나 블루’라고 불릴 만큼 무기력하고 지쳐가는 현 시국. ‘롤린’의 역주행은 그래도 이겨낼 수 있다는 바람들이 모인 또 다른 응원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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