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한국의 대중들도 분노했다. 누군가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매춘부 취급을 받았다는 것에 분노했고, 누군가는 일본 전범 기업의 이름이 포함된 직함(title)을 가진 교수가 이러한 논문을 썼다는 것에 분노했다. 필자는 게임이론을 전공한 경제학자로서 해당 논문의 저자가 게임이론의 논리를 남용하여 근거가 빈약한 주장을 ‘그럴듯한 것’으로 포장하려 했다는 점에 분노했다.
게임이론은 경제학에서 주로 활용되는 이론(theory) 분석 방법론이다.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개별 주체들을 가정하고, 그 주체들이 상호작용을 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수학(mathematics)이라는 과학의 언어를 활용하여 모형화(modeling)하고 해(solution)를 찾아내는 방법론이다. 여느 과학에서의 모형 분석이 그러하듯 게임이론의 모형화에도 현실을 단순화(simplification)하기 위한 여러 가지 가정(assumption)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사익(self-interst) 추구 방식이나 합리성(rationality)의 정도 등 의사결정 주체(subject)에 대한 가정부터, 정보의 공개 정도나 계약 및 행동의 관찰 가능성 등 환경에 대한 가정에 이르기까지, 분석하고자 하는 사회 현상에 걸맞는 적절한 가정이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게임이론을 활용한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모형의 가정이 얼마나 합당한(reasonable)가이다.
논란이 된 논문은 게임이론을 언급하고 있지만, 게임이론의 모형화 기법이나 분석 과정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저자 자신의 과거 논문을 인용하며 “간단한(straightforward/basic) 게임이론에 따르면 (당시의 매춘) 계약은 신뢰할 수 있는(credible) 것”이었다고 논증하고 있을 뿐이다. 일반적인 매춘 계약보다 높은 보수(payment)가 제시되었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부를 축적한 경우도 있었다는 것을 언급하며, 당시 일본 정부가 한국인을 강제로 데려가지도 않았고, 사기를 치는 모집자(fraudulent recruiter)와 일을 하지도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지는 않는데, 문제는 “한국인 지역 모집자(domestic Korean recruiter)가 어린 여성들을 속여 수십 년간(decades) 매춘을 하게 했다는 점”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여성들의 계약서를 증거로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간단한 게임이론에 따르면” 그들과의 “계약”에 있어 일본 정부의 잘못이 없었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왜 “간단한 게임이론 모형”이 한국 “위안부”들의 계약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거는 찾아볼 수 없다. 계약서를 증거로 분석했다거나, 계약 당시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증거도 제시되지 않았다.
간단한 것으로 복잡한 현실을 설명하려 하는 시도는 그렇게 으스대며 할 것이 아니다. “뭐, 그리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식의 주장은 지인들과의 대화에서나 할 일이지 학술 논문의 틀 안에서 할 것이 아니다. 진정한 학자라면 항상 스스로의 주장에 대하여 비판적일 수 있어야 하고 겸손할 수 있어야 한다. 모형 분석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형화를 위하여 취했던 가정이 충분히 합당한 것인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스스로의 모형을 비판적으로 보고 결과를 겸손하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학자의 권위를 유지하고 학문의 고결함(academic integrity)을 지켜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고결함을 잃어버린 학문의 자유(academic freedom)는 방종(license)일 뿐이다. 방종하는 학자는 권위를 잃어버린다. 권위는 스스로 요구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깔아뭉개기는 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