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전기차 배터리 전쟁…삼원계 vs 리튬인산철

입력 2021-03-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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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다투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기업 CATL이다. 이어 파나소닉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경쟁한다.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배터리는 니켈ㆍ코발트ㆍ망간을 주요 원재료로 한 NCM 배터리다. 망간 대신 알루미늄을 원재료로 한 NCA 배터리도 있다. 이를 '삼원계 배터리'라고 부른다.

NCM 배터리는 니켈 소재로 만들어져 에너지 밀도가 높다. 덕분에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가 길다. 여기에 출력, 이른바 최대토크가 좋다는 장점이 있다. 크기가 상대적으로 자동차 실내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코발트 가격이 비싸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니켈 비중을 늘리고 코발트 비중을 낮추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불안정하다는 단점도 있다. 불안정한 리튬이 들어있기 때문에 안전성이 떨어진다. 충격을 가하거나 짓눌리면 화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원계 배터리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단점이 바로 이 화재 발생 가능성이다.

그러던 중 중국 자동차 업체 BYD가 이런 삼원계 대신 다른 배터리를 사용하자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 배터리가 바로 CATL이 주력으로 내세운 리튬인산철, 이른바 LFP 배터리다. LFP 배터리는 리튬ㆍ철ㆍ인산이 주요 원재료다.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게 장점이다. 이 안에 들어가는 철은 가장 안정적인 소재 중 하나다. LFP 배터리가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이 '철' 때문이다.

가격도 싸다. 값비싼 코발트 대신 저렴한 철을 사용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 가능 거리가 짧다. 삼원계 배터리보다 출력도 떨어진다. 출력이 떨어지고 주행거리가 짧다는 것은 더 많은 배터리의 장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자연스레 배터리가 차지하는 공간이 커지고 차 실내 공간이 좁아진다는 단점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값싼 LFP 배터리의 성장에 잔뜩 긴장한 분위기다. 이들은 "LFP 배터리가 대세가 되기는 어렵다"며 하나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전년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 덕분에 저가ㆍ초저가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지만, 성능ㆍ무게 측면의 약점 때문에 LFP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 시장은 제한적”이라며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고 주행거리 산정이 어려운 데다 생산공정 측면에서 습도 관리에 민감하다”라고 꼬집었다.

삼성SDI도 “LFP 배터리는 NCMㆍNCA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은 기본형 모델이나 배터리를 많이 탑재하는 버스 등 대형 상용차에 제한적으로 사용된다”라면서 LFP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점차 높아 원가가 하락하고 LFP 배터리와의 가격 차이도 줄고 있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삼원계 배터리가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측 시각은 다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리얼리 리서치(RealLi Research)'는 "올해 LFP 배터리 수요가 삼원계 배터리를 앞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격 경쟁력을 발판으로 삼원계 배터리 수요를 앞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LFP에 주력 중인 CATL은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합작 운영하는 장수 공장의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 돈 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투자도 확정했다. 지난해 CATL 생산능력은 110GWh 수준이었다. 이번 투자로 2025년에는 680~690G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업계 ‘큰 손’들도 이 LFP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중국에 공장을 세운 테슬라는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를 모두 사용 중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2024년 양산을 목표로 한 애플카에 LFP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별 시장 점유율을 보더라도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 간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81.2GWh 중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한 비중은 33.1%(26.8GWh)였다.

2위에 오른 파나소닉은 25.6GWh로 31.6%를 차지했다.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린 삼성SDIㆍSK이노베이션은 각각 10.1%(8.2GWh), 9.7%(7.9GWh)로 나타났다. 5위를 기록한 CATL은 5.3GWh로 6.5%였다.

언뜻 국내 기업의 약진이 점쳐진다. 그러나 중국을 포함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기준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42.8GWh다. 이 가운데 CATL이 차지한 비중은 24.0%(34.3GWh)였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 23.5%(33.5GWh) △파나소닉 18.5%(26.5GWh) △BYD 6.7%(9.6GWh) △삼성SDI 5.8%(8.2GWh) △SK이노베이션 5.4%(7.7GWh) 순이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양자택일이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 한 배터리만 사용하면 해당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면 생산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당분간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를 혼용하며 공급처를 다변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관건은 누가 먼저 시장을 더욱 확대해 가격을 낮추고, 재투자를 앞세워 성능을 끌어 올리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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