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 20%로 낮춰…변종 키우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법정 최고금리는 합법과 불법을 구분하는 ‘벽’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현행 24% 수준인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내리기로 했다. 2년 만의 인하다. 저금리가 굳어졌고, 코로나19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서민들의 고통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추측한 수준의 약 15배에 달하는 60만 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앞서 2018년 2월 금리 인하 이후, 최고금리를 이용 중인 차주 중 10명 중 8명이 24% 대출 아래로 흡수됐지만, 나머지 2명은 떨어져 나갔다. 이들은 ‘이자의 벽’이 재배치되면서 불법의 영역으로 밀려난 사람들이다. 벽 안에선 수천에서 수억 원이 쉽게 오가지만, 테두리 밖의 소비자는 50만 원을 빌리기 위해 일주일 이자로 30만 원을 내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의 순기능은 존재하지만, 순기능 아래에 묻힌 부작용은 ‘소수’라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
금융회사의 과도한 채권추심 등을 비판하며 통용되는 ‘약탈적 대출’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도 상반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금융회사의 과도하거나 불공정한 약탈적 대출 규제를 약속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합법이 될 수 없는 시장은 버젓이 호황을 맞고 있다. ▶관련기사 6면
21일 이투데이가 인터넷 대출 거래 사이트인 ‘대출나라’의 사례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이곳에서만 한 달 평균 8000~1만 건가량의 소액 대출 문의가 있었다. 특히 올해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생활비 조달 관련 대출 내용이 급증했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대출 가운데 99% 이상이 담보 없는 신용대출이다. 그중 100만 원 이하의 주수(週收·일주일마다 갚는 대출)뿐 아니라 일수(日收·하루마다 갚는 대출)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100만 원 이하 일수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는 구간이다. 매달 이자를 내는 ‘월변’이나, 아주 단기간 빌리는 ‘급전’ 문의가 올라오지만, 문의와는 별개로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는다.
어떤 업체는 채무자에게 월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몇 달간 소액 일수를 체결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한다. 대출나라 이용자인 강모(남성·40대) 씨는 “B대부업체가 월변은 문의자가 많아 당장은 어렵고, 한 번 주수를 이용한 다음에 가능하다는 식으로 거래를 요청했다”며 “인터넷을 통해 주수 조건으로 50만 원을 대출받았는데 일주일 이자만 30만 원을 지출했다”고 말했다. B 씨처럼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자영업자와 저소득층 등 취약 차주들이 인터넷 허위·과장 광고로 법정 최고금리 사각지대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사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