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늘려가는 삼성 파운드리…업계 패권경쟁 ‘가속’

입력 2021-02-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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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대호황(슈퍼사이클) 시기가 도래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연초부터 연달아 주요 팹리스 고객사로부터 수주를 따내며 파운드리 업계 경쟁에 불이 붙었다.

경쟁사인 대만 TSMC가 오랜 시간 관계를 유지해온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물량을 일부나마 가져오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유의미한 점유율 확대도 기대된다.

“퀄컴 스냅드래곤 X65, 삼성 4나노 공정에서 제조 유력”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법인 (사진제공=삼성전자)

15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차세대 5G(5세대 이동통신) 모뎀칩 솔루션 ‘스냅드래곤 X65’ 수주를 삼성전자에 맡겼다. 지난해 5G 스마트폰용 AP(모바일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888'을 수주한 데 이어 또 다른 주요 물량을 받은 것이다.

근거는 퀄컴이 해당 제품을 내놓으며 밝힌 몇 가지 계획이다. 퀄컴은 해당 제품은 4nm(1나노미터=1억분의 1m) 공정으로 제조될 것이며, 올해 4분기부터 스마트폰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5나노 이하 공정 계획을 세운 곳은 삼성전자와 TSMC 두 업체뿐이다. 그런데 4나노 공정의 경우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할 수 있는 ‘승부수’로 보고 조금 더 이르게 개발에 몰두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에서 4나노 반도체 생산을 건너뛰고 3나노 공정을 곧바로 개발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부인하며 “현재 4나노 1세대 공정개발과 양산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 중이며, 현재 4나노 2세대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내로 4나노 2세대 공정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면 TSMC의 경우 지난해 6월에야 개발 중인 4나노 공정(N4)의 존재를 최초로 공개했다. 본격 양산 시기는 2023년으로 점쳐진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 교수는 “5나노에서 3나노로 직행한다는 시장 예상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에 따른 것인데, 5나노 이하 첨단공정은 무척 초고난도라 개발이 안정화될 때까지 4나노 공정이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큰손'들, 듀얼밴더 전략 주판알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주요 팹리스 업체들과 연이은 수주 계약을 맺으며 점유율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종합반도체 1위 기업인 인텔과 파운드리 계약에도 성공했고, 지난해 하반기엔 IBM, 엔비디아의 물량도 수주했다. 인텔의 경우 현재 수주 물량이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핵심 부품은 아니지만 향후 이 부품에까지 수주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의 경우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파운드리 공급 부족이 점쳐지며 업계 경쟁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TSMC에만 주문을 넣던 ‘큰 손’들이 듀얼밴더 카드를 만지작대는 양상이다.

김영우 SK증권 이사는 “파운드리 부족에 따라 퀄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강화할 것으로 추정되고, 앞으로도 퀄컴 칩은 삼성전자가 외주 생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라며 “현재 AMD의 일부 물량도 수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삼성 파운드리에 대한 물량 확보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첨단공정 승부수…고객사 신뢰 확보 '과제'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승부는 첨단 미세공정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5.6%, 삼성전자는 16.4%를 기록해 TSMC가 삼성전자의 3배를 훌쩍 넘었지만, 14나노 미만에선 TSMC가 70%, 삼성전자 30%로 2배를 웃도는 수준을 기록했다. 첨단공정 면에서 삼성전자의 추격이 가속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파운드리 증설 논의 역시 첨단 공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 애리조나, 뉴욕 등을 후보지로 정해 5나노 팹 증설을 검토 중이고,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2024년 완공 계획으로 5나노 공정 팹을 설립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TSMC의 기술력 차이는 몇 개월 수준으로 그렇게 크지는 않다”라며 “다만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라는 TSMC의 기치와 긴 업력에서 쌓아온 신뢰도 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고객사들과 신뢰 쌓기가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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