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대전'서 패한 SK…LG와 합의금 격차 '2조 원'이 관건

입력 2021-02-14 14:1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LG에너지솔루션 "SK에 달려있어" 적극 공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면서 양사가 합의가 관건으로 남았다.

배상금에 대한 양사의 입장 차이가 2조 원 수준에 달하는 만큼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각자 제시한 배상금의 격차는 약 2조 원이나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조5000억∼3조 원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SK이노베이션은 적게는 1000억 원에서 많게는 5000~6000억 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위 소송까지 이어지면서도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한 배경도 이런 차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정을 지렛대로 LG에너지솔루션이 합의를 위한 대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최종판결 직후 합의의 성패를 SK이노베이션의 공으로 돌리며 공세를 지속했다.

11일(현지시간) ITC의 최종판결 이후 연 콘퍼런스콜에서 "(배상에 대한 협상은) 작년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 진행됐고 오늘 최종결정이 나왔다"라며 "조만간 협상 논의가 시작돼서 진전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합의를 위해서는 "SK이노베이션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LG 측은 "미국 연방 영업비밀 보호법 손해배상 기준에 따르면 법적으로는 손해배상 금액의 최대 200%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받을 수 있다"며 "다만 이 협상 금액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할지는 전적으로 SK의 협상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반면, ITC 소송에서 패한 SK이노베이션은 마지막 절차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비토)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미국 대통령은 ITC의 최종 결정에 대해 60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과거 삼성과 애플의 특허침해 분쟁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마지막 절차가 남아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ITC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최종판결 이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ITC 결정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며 "앞으로 남은 절차(Presidential Review 등)를 통하여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도 ITC 선고 직후 성명을 통해 "ITC 결정 때문에 조지아에서 진행되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 건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조지아주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공장이 지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SK이노베이션이 합의에 대한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내왔지만, 이번 판결로 시간은 LG에너지솔루션의 것이 됐다"며 "바이든의 결정만을 기다리기에는 SK이노베이션의 여유가 많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에서도 잇따라 양사의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주요 수요처인 포드의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ITC 선호 이후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인 두 회사의 합의는 궁극적으로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라고 올리며 합의를 재촉했다.

또 다른 수요처인 독일 폭스바겐도 "한국의 두 배터리 공급업체의 분쟁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봤다"며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를 최소 4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했다.

국내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너무 법적인 소송만 하지 말고 좀 빨리 '세틀(해결)'을 하는 게 좋다"고 말하는 등 합의를 종용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각자 제시한 배상금 격차가 최대 2조 원에 달하면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내달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하기 전에 긍정적으로 합의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ITC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를 결정했던 예비심결을 "인용(affirm)한다"라고 밝혔다.

동시에 SK이노베이션에 앞으로 10년 동안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배터리 제품들의 수입을 금지하는 제한적 배제 명령(LEO)과 미국 내에서 배터리 제품을 판매하고 유통하는 등 사업을 금지하는 내용의 중지명령(CDO)를 내렸다.

단, 포드와 폭스바겐 등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위한 배터리와 부품 수입은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포드 전기차 생산용 배터리와 부품은 4년간, 폭스바겐 전기차 라인에 대한 부품은 2년간 수입할 수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