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투심 잡아라”…증권가 ‘이모저모’ 마케팅 변천사

입력 2021-02-11 09:00수정 2021-02-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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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코스피 3000 시대 속 증권업계가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동학개미 열풍 덕에 역대급 실적을 속속히 발표하면서다. 올해도 ‘직접 투자’ 열풍에 호조세를 이어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동학개미 투심을 사로잡는 증권가의 마케팅 ‘이모저모’를 들여다봤다.

밖보다 안이 ‘최고’…“사내모델에서 ‘간판’ 애널까지”

▲각 증권사의 금융상품을 홍보하는 모델들 대부분은 실제로 증권사의 각 부서에서 일하는 증권맨들이다. (사진제공=각사)

‘저 모델은 누구지?’

증권사 상품 판매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을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할 만한 주제다. 증권사의 새 금융상품을 알리는 사진이 담긴 기사나 금융 상품 전단에 등장하는 ‘훈남’과 ‘훈녀’의 대부분은 실제 증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다.

대부분 ‘애사심 반, 재미 반’으로 선뜻 나선다. 언론에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촬영을 거절하는 경우도 적잖다. 요새는 자기 PR을 선호하는 90년대생 직원들 사이에선 나름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고도 한다.

증권업계가 수년간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광고 문화도 바뀌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려다 보니 몸값 비싼 연예인보다 사원을 홍보 모델로 쓰는 문화가 굳어진 것. 증권사 특성상 출시하는 신상품이 많다 보니 매번 외부 모델을 쓰는 것도 부담이다.

외부 일반인 모델 기준 자료 하나당 시세는 약 3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애사심으로 나서주는 직원들 덕에 회사는 부담을 덜었다. 시간도 비용도 모두 그렇다. 미리 찍어둔 사진 속 모델이 든 패널에 글자만 슬쩍 손을 봐 내보내는 방식이다.

문화상품권 등 소정의 ‘대가’를 회사로부터 받기도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내모델을 쓰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소정의 대가로 상품권을 주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인 모델 시세에 맞춘 보수를 주는 곳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좌) 윤지호 이베스트리서치센터장 (우) 염승환 부장. (사진캡쳐=이리온스튜디오)

최근에는 증권사 리서치센터 소속 직원 덕에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는 곳도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대표적이다. ‘윤센’으로 불리는 윤지호 리서치센터장부터 ‘염블리’ 염승환 부장은 ‘팬덤’까지 보유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가 대표 이미지로 떠오르면서 전문성과 신뢰성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투자 열풍에 잘 모르고 뛰어는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라며 “가끔 회사로 안부 연락이나 선물도 보내는 팬덤도 있다. 라이브 채널 등 투자자들과 만나면서 홍보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내모델에서부터 최근 유튜브에서 쉽게 만나는 리서치센터 연구원까지 사내 직원 한 명으로도 연예인 하나 부럽지 않은 홍보 효과를 누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스타마케팅 “연예인의 친숙한 이미지로 투심 공략”

지난해 연예인 모델을 다시 앞세운 곳도 보인다. 풍부해진 현금에 마케팅 비용도 다시 늘리는 분위기다. 비용 절감 등 여러 이유로 한동안 뜸했지만, 지난해 동학개미 열풍에 대중성을 챙긴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주린이’의 마음을 이끌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스타 마케팅 열풍이 분 것은 2010년대 초중반 이후다. 한화투자증권이 2012년 배우 김태희를,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2015년 배우 차승원과 김성령을 각각 광고 모델로 선택했다. 2019년 KB증권은 그룹사의 오랜 얼굴인 이승기를 발탁했지만 다른 곳에선 좀처럼 스타 마케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키움증권 영웅문 유튜브 광고 및 댓글 캡쳐

지난해 키움증권이 가수 임영웅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화제였다. ‘영웅이도 영웅문한다’라는 광고 문구로 재미도 봤다. 유튜브 광고 영상에는 “울(우리) 가수 임영웅이 광고하는 키움증권으로 믿고 갈아타야겠네요”, “1위와 1위가 만났다” 등 댓글이 달렸다. 가수 임영웅과 키움증권의 대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이름인 '영웅문'을 매치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미스터트롯에서 1위를 한 임영웅 씨와 국내 주식점유율 1위를 16년째 이어오고 있는 키움증권의 시너지를 기대한다”며 “‘영웅문’과 임영웅의 이름이 매치되는 점을 고려해 최근 대세인 임영웅을 광고모델로 발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증권은 ‘재테크’와 ‘세테크’ 테마로 마케팅에 나섰다. 손담비와 김영철 등 모델들을 앞세워 세대별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중독성 높은 CM송과 댄스를 통해 쉽고 유쾌하게 전달했다. 2030 직장인의 이자 고민, 3040 세대의 노후 걱정, 5060 세대의 자산 관리 고민 등 각 세대별로 공감도 높은 소재를 담아냈다.

▲지난해 삼성증권은 연예인 모델로 광고 영상을 만들어 이목을 끌었다. (좌) 배우 손담비 (우) 배우 김성규 (자료 = 삼성증권 광고 캡쳐)

연말정산 시기가 다가오자 ‘세테크’에 관심있는 소비자를 타켓으로 한 광고도 선보였다. 주연을 맡은 배우 김성규가 연말정산으로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으로 열연했다. 삼성증권의 대표 절세 상품인 연금저축, IRP, ISA을 영웅을 돕는 ‘절세삼총사’로 의인화해 소개한다.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해외주식 콘텐츠를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B급 감성으로 재치있게 풀어냈다는 평가다. 판타지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디테일한 연출과 컴퓨터그래픽(CG)을 선보이면서 언어유희를 활용한 반전의 재미도 줬다. 절세를 돕는 전설의 검의 이름을 삼성증권을 연상시키는 ‘삼성증-검(劍)’으로 붙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이투자증권도 배우 이서진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이서진 특유의 신사적이고 지적인 이미지를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에 큰 몫을 했다는 것이 하이투자증권의 설명이다. 2017년 당시에는 가수 윤종신이 모델로 활약했다. 비대면계좌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했던 당시 친근한 이미지의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거두면서 올해는 마케팅 예산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주린이에서부터 서학개미까지 개인투자자의 이목을 이끌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스포츠마케팅 “대중성에 자본시장 역동성 이미지와도 맞닿아”

한동안 증권ㆍ자산운용업계에선 스포츠 마케팅 바람도 불었다. 2016년 야구 열풍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비과세 전용 해외 주식형 펀드 등 개인 고객을 겨냥한 투자상품 출시가 맞물리면서다.

▲(좌) 키움히어로즈 선수단 (우) 한국 프로야구 KT위즈 박경수 선수의 헬멧에 대신증권 로고가 새겨진 모습. (자료 = 키움증권, 연합뉴스)

키움증권과 대신증권은 국내 프로야구 구단을 통해 홍보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3시간 넘게 진행되는 경기 동안 야구장을 찾는 관중뿐 아니라 TV 생중계 시청자들에게도 간판·펜스의 사명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키움증권은 금융투자업체 최초로 프로야구 구단과 네이밍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23년까지 5년간 히어로즈에 연 100억 원씩 총 500억 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역대 실적 호조에 두 자릿수 자기자본이익률(ROE)를 보여 온 점을 감안하면 비용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최근 대신증권은 프로야구 케이티(KT) 위즈와 스폰서 계약을 추가로 5년 연장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직접 투자 시대에 브랜드 홍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며 “이를 위해선 야구 마케팅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와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야구를 좋아하는 연령층 역시 주요 증권 고객 세대와도 맞닿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 선수가 현대증권 광고에 나오는 모습. (자료 = 현대증권 광고 캡쳐)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직접 모델로 쓰기도 했다. 2016년 당시 현대증권과 NH금융지주는 각각 이대호 선수와 류현진 선수를 모델로 발탁했다. 외환위기 당시 ‘바이 코리아’ 열풍을 주도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온 현대증권의 도전 정신과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이대호 선수의 모습이 닮았다는 취지에서다.

한 증권사 홍보팀 관계자는 “아무래도 스포츠와 자본시장 역동성이 맞닿았다는 점, 야구는 남녀노소 좋아하는 특성 모두 통했던 것 같다”며 “대중성을 기반을 둔 스포츠인 만큼 금융소비자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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