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살된 방어권②] 변호인 참여 막는 법령들…“개정해야”

입력 2021-02-10 05:00수정 2021-02-1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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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하게', '모욕적', '현저한 지장' 변호인 제한 표현 임의적 해석 가능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됐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견제하고 억울한 피의자ㆍ피해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사 단계에서 변호인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수사 단계에서 변호인 조력이 제한되는 것은 형사소송법 등 관련 규정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일부 개정됐다.

그러나 경찰 수사관이 변호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도 남아 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3항은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문 후’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신문 도중에는 변호인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없다. 단서 조항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이 있거나 부당한 신문을 할 경우에만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을 뿐이다.

최대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 조항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변호인 참여권을 보장해주면서 신문 후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하면 신문 중에는 부당한 것 이외에는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피의자를) 한쪽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수사기관을 상대로 끌려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변호인에게 그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으라는 의미인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경찰청 훈령도 변호인 참여를 자의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경찰청 훈령 제15조에 따르면 경찰관 승인 없이 부당하게 신문에 개입하거나 모욕적인 말과 행동을 해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줄 경우 변호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

이 중 ‘부당하게’, ‘모욕적’, '현저한 지장'이라는 표현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해당 표현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수사관이 이를 빌미로 자의적으로 변호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훈령은 현재 폐지됐지만 지난달 시행된 경찰수사규칙도 '현저한 지장'이 있을 경우 변호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검찰이 아닌 경찰의 수사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에 (해당 훈령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며 “피의자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으려면 잘못된 현행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 규정 개정뿐만 아니라 △형사공공변호사 제도 도입 △수사단계 변호인 선임 의무화 등의 제도적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력이 없는 피의자에게 국선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 공공변호인 제도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보다 (변호인의 신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폭이 너무 크다”며 “변호인이 자유롭게 (신문에) 참여하고 신문 중에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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